우리나라 세금정책을 총괄하는 기획재정부 세제실의 요즘 주된 관심사는 ‘인사’입니다. 관행처럼 굳어져 있던 전통의 승진 순환구도가 최근 연달아 어긋나면서 ‘다음 차례’를 기다리던 간부들이 너나없이 좌불안석이기 때문인데요. 덩달아 부하직원들도 막힌 인사가 빨리 풀리길 기도하고 있다는군요. 요즘 기재부 출신 전성시대라는 데 실타래가 어디서부터 꼬인 걸까요.
최근 세제실 사람들을 당혹시킨 건 조세심판원장 인사였습니다. 원래 기재부 산하였던 조세심판원은 요즘 국무총리실 소속이지만 주로 조세불복 사건을 다루기에 전문성을 무기로 그간 거의 예외 없이 세제실 국장급 간부가 수장으로 옮겨가던 곳이었습니다. 얼마 전 물러난 김형돈 전 원장(전 세제실 조세정책국장)에 이어 이번에도 현직 세제실 국장이 옮길 채비를 하고 있었는데, 별안간 총리실 출신의 심화석 상임심판관이 내부에서 승진 임명된 겁니다.
누구보다 조직 내 보직 서열이 엄격하던 세제실은 충격에 빠졌습니다. 당연히 세제실 몫이라고 생각했던 자리 하나를 빼앗기면서 차례로 승진 이동을 기다리던 간부들의 인사도 줄줄이 멈춰서고 말았습니다.
대대로 세제실장 출신이 영전해 나가던 관세청장의 인사 소식이 잠잠한 것도 걱정거리입니다. 지난달 차관급 인사에서 자연스레 교체가 이뤄질 걸 기대했는데, 임명권을 쥔 청와대에선 도통 언질이 없기 때문입니다. 항간엔 현 김낙회 청장이 상당기간 더 머물 거란 얘기까지 돌고 있어 세제실 사람들의 애를 태우고 있습니다.
하지만 내놓고 불평을 할 수도 없는 상황인데요. 요즘 기재부 출신들이 장ㆍ차관 자리를 싹쓸이하며 독식하고 있다고 타부처 공무원들이 여기저기서 눈을 흘기는 상황에서 “세제실은 인사 때문에 억울하다”고 얘기조차 꺼내기 쉽지 않다는 겁니다. 작년엔 연말정산 파동으로 연초부터 속을 까맣게 태웠던 세제실 입장에선 올해도 말 못할 고민에 한동안 밤잠을 설치게 생겼습니다.
세종=남상욱기자 thot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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