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의 주역으로 정국을 뒤흔들었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하며 다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김종인ㆍ김상곤 체제의 첫 영입인사인 그를 두고 정치권 안팎에서 묘수(妙手)인지 악수(惡手)인지 평가가 분분하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국회에서 가진 입당 기자회견에서 “최근의 더민주에서 희망을 봤다”며 “유일한 대안세력이자 제1야당인 더민주에 제가 살아온 일생을 모두 맡기겠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2014년 비선실세의 국정개입 의혹을 담은 청와대 내부 문건인 이른바 ‘정윤회 문건’유출 사건의 배후로 기소됐으나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공안통 검사 출신인 그는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대통령 친인척 관리를 담당하는 청와대 공직기관비서관으로 근무했다. 그는 사건 이후 서울 마포에서 식당을 개업, 야인으로 살아오다 문재인 전 더민주 대표의 수 차례 설득으로 입당을 결심한 것으로 전해졌다. 더민주에선 그를 고향인 대구나 안대희 전 대법관이 출마하는 서울 마포갑에 전략 공천하자는 얘기가 나온다.
‘대통령의 비서’를 지낸 인사가 정권이 끝나기도 전에 야당으로 옮긴 것이 이례적인 만큼 평가도 상반된다. 더민주로선 박 대통령의 경제멘토였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조 전 비서관의 합류로 탄탄한 반 박근혜 진용을 갖추게 됐다. 김상곤 인재영입위원장은 “현 정권은 공직기강 수립 의욕과 불의에 맞선 용기를 가진 사람을 배신자로 폄훼하며 공격했다”며 그를 정권의 희생양으로 치켜세웠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의 입당이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그 동안 더민주의 인재영입은 참신한 인물 발굴로 흥행에 성공해 왔다. 반면 조 전 비서관은 여권 내부 권력투쟁에서 밀려난 인물인데다, 기존의 인재 영입 기준과는 다소 거리가 있다. 때문에 그의 영입은 반짝 효과에 그칠 것이란 당내 지적이 있다. 조 전 비서관은 검찰의 항소로 현재 2심 재판을 받는 중이다. 유죄 선고가 나오면 그의 입당이 당의 발목을 잡을 여지도 있다.
정부 여당은 조 전 비서관의 더민주 입당에 대해 정치의 금도를 넘어섰다며 반발했다. 청와대는 공식 대응을 자제했지만 황당하고 불쾌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 대변인은 “선거를 앞둔 더민주의 초조함과 조급함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며 “최악의 인재영입 케이스”라고 혹평했다. 하지만 조 전 비서관이 박지만 EG회장, 비선실세 의혹을 받은 정윤회씨를 비롯한 대통령 주변 인물들의 행적을 속속들이 알고 있다는 점에서 여권의 부담도 적지 않은 편이다. 일부에서 향후 검찰의 사정정국에서 조 전 비서관이 방패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조 전 비서관의 더민주 입당으로 덩달아 야당의 영입 하마평에 오른 윤석열 전 국정원 대선개입 특별수사팀장(현 대전고검 검사)은 이날 본지 통화에서 “(조 전 비서관의 입당을)밖에서 관전하니 흥미롭지만 난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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