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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아들이 치매 부친 후견인이라도 부친 명의 인터넷뱅킹 개설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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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아들이 치매 부친 후견인이라도 부친 명의 인터넷뱅킹 개설 안돼”

입력
2016.02.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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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신적 제약이 있는 성인의 재산관리를 대신 해 주는 권한을 부여받은 성년후견인에게 피후견인 명의의 인터넷 뱅킹을 불허하는 판결이 나왔다. 재산권 행사를 대리할 권한을 법적으로 인정받았더라도 피후견인의 재산 보호를 위해 엄격히 제한해야 한다는 취지다.

A(35)씨는 지난해 1월 아버지(67)의 법적 후견인이 됐다. 10여년 전부터 알코올 중독 치료를 받던 아버지가 2년 전부터 치매를 앓으면서 병원비 납부 등 금융 업무를 제대로 볼 수 없게 되자 법원에 성년후견을 청구해 인정 받은 것이다. 성년후견제는 정신적 제약으로 의사결정과 사무처리가 어려운 성인이 가정법원의 후견인 선임으로 재산관리와 신상보호를 받게 하는 제도로 2013년 7월 도입됐다. 다만 가정법원은 아버지 명의로 돈을 빌리거나 부동산을 처분ㆍ담보로 제공하는 행위, 상속의 승인 또는 포기 등에 관한 결정을 A씨가 마음대로 하지 못하도록 권한의 제한을 걸었다.

하지만 A씨는 아버지의 후견인이 되고도 금융 업무에 어려움을 겪었다. 아버지의 병원비를 내려고 아버지 명의 계좌로 인터넷 뱅킹을 이용하려 했지만 금융기관은 후견인인 A씨에게 권한이 없다는 이유로 거절했다. 직장에 다니면서 공과금과 병원비 등 각종 고정 지출비를 일일이 은행에 가서 내는 게 불편했던 A씨는 다시 법원에 “인터넷 뱅킹을 개설할 수 있게 허가해달라”고 청구했지만 서울가정법원 가사20단독 김성우 판사는 기각 결정했다고 2일 밝혔다.

김 판사는 “피후견인이 이용하던 은행은 전산상 이체는 허용하고, 대출은 막는 등 인터넷 뱅킹을 업무별로 구분하지 않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인터넷 뱅킹 권한을 줄 경우, A씨가 대출 등 대리권 행사 제한 업무까지 하는지를 법원이 확인할 방법이 없고, 결국 모든 업무를 승인할 수밖에 없게 된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법원 관계자는 “후견인을 선임하는 법원은 친족이라도 피후견인의 재산 횡령 등 가능성이 있으면 엄격히 차단하는 수밖에 없다”며 “은행이 성년후견제에 걸맞게 업무 구분이 가능한 전산 시스템을 구비해서 피후견인의 재산 보호에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면 인터넷 뱅킹 권한의 부여는 필요하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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