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할 오늘] 2월 3일
거트루드 스타인(Gertrude Stein)이 ‘길 잃은 세대(The Lost Generation)’란 말을 언제 어떤 맥락에서 썼는지는 명확하지 않다.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1920년대 파리 시절을 회고한 ‘파리는 날마다 축제 A Movable Feast’에서 밝힌 바, 스타인은 저 표현을 한 자동차 정비소에서 들었다고 한다. 젊은 수리공이 손쉬운 작업을 못 끝내고 미적거리자 사장이 “죄다 ‘있으나마나 한 놈들’(Generation perdue)’이야”라고 했다는 것이다. 불어 ‘Perdre’는 ‘잃다’‘쓸모 없어지다’ 등의 의미. 스타인은 수리공에게 동정적이었던지, 나중에 헤밍웨이에게 저 에피소드를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그게 바로 너희야. 참전했던 젊은이들 전부 길 잃은 세대야(You are a lost generation).” 헤밍웨이는 ‘태양은 다시 떠오른다’의 서문에 저 표현을 썼고, 그의 세대 문학을 뭉뚱그려 일컫는 말이 됐다. 전후의 허무와 절망이 특징이라고들 한다.
당시 20대의 헤밍웨이에게 25년 연상의 스타인은 예술과 삶의 멘토이자 경제적 후견인 같은 존재였고, 파리의 ‘길 잃은 세대’작가들- 존 스타인벡, 피츠제럴드, 헨리 밀러, 셀린, 피카소 등등-의 대모였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서 현대의 예비 작가 ‘길’이 20년대의 파리에서 헤밍웨이를 만나 조언을 구하자 스타인에게 작품을 보여보라고 말하는 장면이 나온다.
스타인은 10대 때 부모를 잃고 막대한 유산을 얻는다. 심리학을 전공한 뒤 존스홉킨스 의대에 진학하지만 당시의 의학 분야는 극단적인 가부장적 영역이었고, 그는 남자들이 기대하는 전통적인 여성상에 순응할 마음이 없었다. 1903년 스타인은 바로 위 오빠 레오(Leo)와 함께 프랑스로 이주, 전후 최고의 살롱으로 유명했던 ‘플뤼루스 27번가’ 아파트를 얻어 파리의 예술인들과 폭넓게 교유했다. 마티스, 브라크, 피카소 등의 작품들을 사들이며 그들을 후원했고, 7살 연하 피카소와는 각별한 우정을 쌓기도 했다. 평생의 동성 연인 앨리스 토클라스(Alice B. Toklas)를 만난 것도 그 무렵이었다. 자서전 ‘길 잃은 세대를 위하여’(권경희 옮김, 오테르)에서도 명시적으로 밝히진 않았지만, 그는 레즈비언이었다. 그는 시 소설 희곡 시나리오 등 적잖은 작품을 남겼고, 스스로를 “20세기 가장 독창적인 문인”이라 평했다. 문단의 평은 사뭇 엇갈린다. 그가 1874년 2월 3일 태어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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