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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자구안, 여기저기에 물밑 암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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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상선 자구안, 여기저기에 물밑 암초

입력
2016.02.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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玄회장 300억 출연ㆍ현대증권 매각

현대그룹 고강도 추가 대책 불구

채권단 구성 다양해 합의 쉽지 않을 듯

고액의 용선 계약 조정도 난제

4ㆍ7월 회사채 상환 여유도 없어

현대그룹이 해운업황 악화로 20분기 연속 적자를 낸 현대상선의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현대증권 재매각, 현정은 회장의 300억원대 사재 출연 등 고강도 자구책을 내놨다. 하지만 채권자 구성이 워낙 다양해 자구책에 대한 의견 일치가 쉽지 않은데다, 용선료(선박 대여료) 인하라는 쉽지 않은 과제도 안고 있어 앞길이 순탄치만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상선의 주채권자인 산업은행은 채권을 가진 시중은행 10여곳과 함께 2일 현대그룹이 낸 자구방안을 검토했다. 산은 관계자는 “자구책으로 비협약 채권자(비은행 채권자)들을 설득하는 데 성공하면 채권은행들도 채무 조정 등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결론을 냈다”고 전했다. 채권은행들은 채무 탕감 방식보다는 보유 채권을 출자로 전환해 빚을 줄여주는 방안을 유력하게 검토할 것으로 알려진다.

현대그룹이 이날 밝힌 추가 자구 방안에는 ▦현대상선이 보유한 현대증권ㆍ자산운용ㆍ저축은행 등 금융3사 지분 공개 매각 ▦벌크전용선(12척) 사업부 매각 ▦부산신항만터널 지분(50%+1주) 매각 등 구조조정 방안이 담겼다.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의 300억원대 사재 출연, 현대아산 지분 매각, 현대증권 주식(58만주)을 통한 담보대출, 용선료 인하 추진 등도 포함됐다.

이런 자구책으로 채권자들을 설득해 워크아웃이나 법정관리 등 강제 구조조정 절차를 밟지 않고도 금융채무 4조8,000억여원(지난해 9월말 기준)의 상환 부담을 일부 덜어 경영 정상화에 나서겠다는 것이 현대상선의 계획이다.

하지만 자구책을 승인 받는 것부터 녹록지 않다. 현재 현대상선에 대한 채권은 은행들이 22%(1조656억원), 현대상선이 발행한 회사채를 산 사채권자가 38.6%(1조8,658억원), 선박금융이 39.4%(1조9,040억원)를 각각 보유하고 있다. 은행들은 그나마 통일된 의사 결정을 이끌어내기 쉽고 자구책에도 긍정적인 입장이지만 나머지 채권자가 문제다. 사채권자는 다수의 상호금융과 개인들로 구성돼 통일된 의견을 이끌어내는 것이 쉽지 않다. 또 외국과 국내 증권사 등 금융기관으로 이뤄진 선박금융 채권자들은 현대상선이 보유한 선박을 일부 담보로 잡고 돈을 빌려준 담보 채권자인데, 이들은 은행이나 사채권자같은 무담보(신용) 채권자와 이해관계가 다를 수 있다. 담보 채권자는 채권이 줄어드는 것보다 담보로 잡힌 선박을 팔아 남는 수익이 크다면, 채무 조정에 동의하지 않을 수 있어서다.

현대상선은 2조원대 용선계약을 맺은 선박 주인들과 계약 내용도 조정해야 한다. 해운업황이 좋았던 2010년 높은 값에 용선계약을 맺는 바람에 화물 운송을 할 때마다 오히려 손실이 발생하는 구조가 만들어진 것이 현대상선 부실화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된다. 한 채권은행 관계자는 “용선료를 인하 받지 못할 경우 아무리 사재 출연 등을 해도 회사 정상화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당장 올 4월과 7월에 각각 1,200억원과 2,400억원대 회사채 상환 시점이 돌아와 시간 여유도 그리 많지 않다. 현대상선 측은 “다수의 이해관계자간 채무조정 방안에 차질이 발생하면 존속이 어려워질 수 있는 만큼 수익성 향상을 위해 적극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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