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 최대의 명절, 설날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차편 예매부터 차례 준비까지 안 그래도 바쁜 와중에 평소 고마운 마음을 전해야 했던 사람들에게 인사까지 챙겨야 할 때다.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이라면, '여기 고민 하나 추가요!'를 외치고 싶은 마음이 들지 모른다. 손님초대를 하는 일이나, 고향집에 가는 일, 긴 연휴를 이용해 모처럼 여행을 떠나는 일은 집에 네 발 달린 가족이 딸린 사람에게 그리 간단하지 않다.
맛있는 명절음식, 반려동물에게는 '독'이 될 수도
어린 시절, 명절 때만 되면 우리 집에서 가장 바쁜 가족은 요크셔테리어 ‘윌리’였다. 이 사람 저 사람에게 음식을 얻어먹느라 꼬리를 흔들며 온 집안을 부산하게 움직였다.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가위로 자른 빈대떡 귀퉁이였는데, 한 사람이 한 조각씩만 줘도 여러 사람이 주는 양을 합하면 자기 몸집보다도 더 많은 양을 먹게 되었다. 결국에는 설사가 심해져 들쳐 업고 연휴에 문을 연 동물병원을 찾아 헤맨 적도 있다.
설 연휴 이후에는 유독 '배탈'로 동물병원을 찾는 개들이 부쩍 늘어난다. 사람 입에는 맛있는 음식도 반려동물에게는 자칫 독이 될 수 있다. 명절음식 중에는 양파, 마늘 등 개가 먹으면 중독 증상을 보이는 산화제가 든 음식이 많기 때문이다.
'버려진 동물을 위한 수의사회' 소속인 광주 주주동물병원 명보영 원장은 “평소 먹지 않던 음식을 과다 섭취하게 되면 췌장염, 식이역반응 등 질병의 원인이 된다”며 명절음식 대신 평소에 먹었던 간식을 공급할 것을 추천한다.
반려동물과의 여행, '수송 스트레스' 줄여야
설 연휴를 맞아 반려동물과 함께 고향집을 찾거나, 자동차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면 고려해야 할 주의사항이 있다. 동물이 차멀미를 할 경우를 대비해 여행 전 사료는 안 먹이거나 소량만 먹이는 것이 좋다.
오랜 시간 동안 차를 타는 것이 익숙하지 않은 경우에는 스트레스를 줄이기 위해 평소 가지고 놀던 장난감이나 쓰던 담요 등 익숙한 물건을 챙긴다. 막히는 고속도로에서는 중간에 배변을 해결하고 바깥공기를 쐬게 하는 것이 필수다.
겨울에는 여름처럼 열사병의 위험이 없다고 해도 휴게실에 들를 경우 동물을 차에 혼자 오래 남겨두는 것은 권장하지 않는다.
명보영 원장은 이동이나 격리가 필요한 상황에서 스트레스를 덜 받게 하려면 평소 '크레이트(개집) 훈련'을 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고 말한다. 크레이트 훈련이 되어 있는 경우에는 장소를 불문하고 켄넬이나 이동장 안에 들어가면 안전하다고 인식하게 된다.
'호텔링' 맡길 때는 예방접종이 필수, 믿을 만한 '도그시터'도 도움
부득이하게 반려동물을 두고 집을 떠나야 한다면, 집을 비우는 동안 반려동물이 안전하게 지낼 수 있도록 더욱 세심한 배려가 필요하다. 동물을 생소한 곳에 맡길 때도 역시 스트레스를 최소화하기 위해 익숙한 물건, 사료를 준비해 주는 것이 좋다.
동물병원이나 애견호텔 같은 위탁시설에 맡기는 경우에는 믿을 만한 시설을 고른다. 또한 여러 동물들이 접촉하면서 전염병의 위험이 있으니 반드시 예방접종을 해야 한다.
모든 사람들이 여의치는 않겠지만, 평소 잠시 동물을 돌봐줄 수 있는 가족이나 친구, 이웃을 확보해 놓는 것도 방법이다. 내 경우, 출장, 여행 등으로 며칠씩 집을 비울 때마다 반려견을 대신 맡아 돌봐주는 '도그시터'의 역할을 해 주는 친구가 있다. 친구네 집이 익숙해진데다, 위탁시설에서는 불가능한 산책까지 시켜주니 주인과 떨어져 불안해하지 않는다.
최근에는 인터넷 카페 등을 중심으로 반려동물을 기르는 사람들끼리 사정이 생겼을 때 서로의 동물을 맡아주는 '품앗이' 모임을 만드는 사람도 늘어나고 있다. 특히 고양이의 경우, 낯선 위탁시설에 보내는 대신 서로의 집을 방문해 사료와 화장실 청소 등을 챙겨주고 동물이 안전하게 지내는지 확인하는 '방문탁묘'를 하는 경우도 많다.
반려동물도 가족이다. 이번 설에는 반려동물 가족을 위한 준비와 배려로 사람과 동물 모두 여유롭고 풍성한 명절을 보낼 수 있기를 바란다.
이형주 동물보호 활동가 · 크루얼티프리 인터내셔널 동아시아지부 캠페인매니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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