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공항에서 휴대품 검사와 통관 업무를 총괄하는 관세청 간부가 도리어 금괴 밀수출을 돕는 대가로 수천만원대 뇌물을 받아 항소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3부(부장 강영수)는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기소된 진모(61) 전 인천공항 휴대품통관국장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을 깨고 징역 3년에 추징금 4,572만원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진씨는 2007년 2월 공항 내 한식당에서 자신의 부하직원 윤모씨와 함께 금괴 밀수출업자의 조직원 이모씨를 만났으며, 이들로부터 그 해 10월까지 4차례에 걸쳐 현금 5,000만원과 고급 양주 3병 등 총 5,090만원 상당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조직원 이씨는 진씨에게 자신들의 금괴 밀수출에 편의를 제공해주고, 윤씨의 인사 문제를 봐줄 것을 부탁했다.
1심은 윤씨가 당초 검찰 조사에서 범행을 자백했다가 법정에서 진술을 번복한 점 등을 들어 진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하지만 2심은 윤씨가 처음에 상급자인 진씨를 보호하려고 구체적 진술을 회피하다가 진씨가 자신이 돈을 가로챘다는 ‘배달사고’를 주장한 뒤부터 사실관계를 털어놨기 때문에 검찰에서의 진술이 상당한 신빙성이 있다며 진씨의 혐의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진씨는 공항에서 밀수출 범죄를 엄격히 단속해야 할 책임자임에도 뇌물을 수수한 것”이라며 “진씨의 용인 내지 묵인으로 밀수출업자들이 장기간에 걸쳐 대담한 위법행위를 저지르면서도 적발되지 않을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진씨에게 수차례 뇌물을 전달한 윤씨는 대범하게 돈다발을 공항 입국장 직원용 사물함에 보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진씨는 당초 재판에서 고액의 돈다발을 입국장으로 몰래 반입하는 건 불가능하다며 배달사고를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의 현장검증 결과, 세관직원들에게는 특정 크기의 가방이나 쇼핑백을 몰래 반입하는 게 불가능하지 않았고, 현장에 있는 폐쇄회로(CC)TV로는 세관직원들을 제대로 감시할 수 없던 것으로 확인됐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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