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 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와 유족들이 미국 내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16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 집행에 나선다.
일제강점기피해자전국유족연합회(유족연합회)는 2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이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마이클 최 등 국제 변호사는 “현재까지 여러 단체에서 소송을 진행해 이미 법원 판결을 받은 사례가 130~160건 정도 된다”며 “이를 미국 뉴욕주 법원으로 가져가 뉴욕주 소재 미쓰비시, 신일본제철, 스미토모 등 70여개 일본기업으로부터 160억원을 차압하는 등 판결을 집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미국 법원이 한국 판결을 존중하는 만큼 손해배상을 충분히 집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유족연합회는 또 강제징용피해자 100명을 모아 추가 소송을 내는 등 국내에서도 전범기업을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꾸준히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유족연합회 관련 소송을 대리하는 장영기 변호사는 “유족연합회는 이미 2013년부터 3차례에 걸쳐 미쓰비시중공업, 쇼와덴코, 스미토모중기계공업 등 90여개 일본 전범기업을 상대로 서울중앙지법에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했지만 일본 기업이 재판에 응하지 않고 있다”며 “지속적으로 소를 제기해 끝까지 일본 기업의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회견장에는 일제 강점기 당시 강제로 노역장에 끌려갔던 생존자들도 참석해 고통스러웠던 과거의 기억을 생생하게 증언했다. 신연형(90)씨는 “1943년 봄 일본의 이름 모를 탄광으로 끌려가 갖은 고역을 치르다 4개월 만에 도망쳤다”며 “탈출하다 걸린 이들 중 몽둥이로 사정없이 맞아 죽은 사람도 있는데 난 다행히 도망을 쳐서 이 자리까지 오게 됐다”고 말했다. 전북 고창에 살다가 12세에 만주로 끌려갔다는 최귀옥(86)씨는 “어느 날 갑자기 트럭에 실려 만주 봉천 방직공장에 끌려가 3년 정도 일했다. 일주일간 밥을 안 줘서 뒷간에서 밥을 주워 먹다 걸려 맞은 기억이 난다. 먼저 끌려간 친정아버지는 어떻게 됐는지 모른다”며 오열하기도 했다.
손일석 유족연합회 대표는 “10대 소녀를 강제로 끌고가 성 노예로 삼는 등 천인공노할 일을 자행한 일본이 아직도 반성은커녕 제대로 된 배상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일본 정부의 반성과 사죄를 촉구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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