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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막창페스티벌 설 땅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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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막창페스티벌 설 땅 없다

입력
2016.02.02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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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입산 판치는 막창 잔치 벌이면 국내 축산업자 피해 뻔해

유통과 원산지 엉터리인 막창 제조업자 10명 불구속기소

대구지역 한 냉동막창 제조업체에서 수입냉동막창을 해동실에서 녹이고 있다. 냉동막창이 일반차량으로 택배되는 경우도 많아 세균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검 제공
대구지역 한 냉동막창 제조업체에서 수입냉동막창을 해동실에서 녹이고 있다. 냉동막창이 일반차량으로 택배되는 경우도 많아 세균에 취약한 것으로 드러났다. 대구지검 제공

‘대구 10미(味)’의 하나인 막창을 테마로 한 ‘막창페스티벌’이 결국 무산됐다. 대구시는 제조ㆍ유통 과정에서 위생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고 있는 막창과 관련, 유통업자 중심으로 추진 중인 막창페스티벌에 대해 불가 방침을 통보했다고 2일 밝혔다.

시에 따르면 지난해 초부터 막창 유통업자를 중심으로 막창페스티벌과 특화거리 조성, 브랜드화 등 막창 활성화방안이 검토됐다. 이에 따라 가칭 막창축제추진위원회는 대구시의 협찬을 받아 올 4월 대구 두류공원 야구장에서 페스티벌을 열고 전통시장과 연계한 막창타운 조성 등을 추진했다.

하지만 한국농업경영인연합회 대구지회와 축협 등 대구지역 8개 농민단체가 지난달 말 막창축제에 반대하는 탄원서를 제출하면서 이를 긍정적으로 검토하던 대구시의 분위기는 급선회했다. 탄원서에 따르면 FTA 협정으로 우리 축산농가가 가뜩이나 어려움을 겪고 있는 마당에 미국과 칠레, 스페인 등 외국으로부터 80% 정도가 수입되는 막창을 테마로 축제를 벌일 경우 국내 축산업자들의 피해가 불을 보듯 뻔하다는 것.

여기다 대구지역 요식업협회도 유통업자 중심으로 추진되는 막창 축제가 대구의 요식업계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고 반대입장을 밝혔다.

이에 따라 시는 지난달 말 추진위 간부를 불러 국내 축산농가의 타격과 막창 조리과정의 안전성 등 문제점을 들어 막창축제를 열기 힘들다고 공식 통보했다. 시가 공식적으로 후원 및 협찬을 하지 않기로 한데다 공공장소 사용도 불허키로 하면서 막창축제는 원점으로 돌아갔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가 대구의 새 브랜드가 될 수 있는 음식축제로 막창을 주목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산 축산물 소비를 확대하지는 못할 망정 타격을 입힐 수는 없다는 대원칙에 입각해 막창축제를 접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지검 형사4부는 1일 수입 냉동 막창을 내장 상태로 대량 유통하거나 수입산을 국내산 등으로 허위 표시한 막창제조업자 10명을 축산물위생관리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 막창의 고질적인 위생불량 상태도 도마 위에 올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 업자들은 축산물 냉동제품을 해동 또는 냉장으로 유통할 수 없는데도 수입냉동육을 해동한 후 냉장제품으로 버젓이 유통했다. 또 이들 제조업체에서 가공, 냉동보관 중인 막창에서 식중독균인 살모넬라와 황색포도상구균, 리스테리아 모노사이토제네스가 검출되기도 했다. 황색포도상구균이 생산한 장독소는 섭씨 100도에서 30분간 가열해도 파괴되지 않아 조리 후에도 식중독의 우려가 크다.

대구의 한 시민은 “막창이 대구의 명물이기는 하지만 위생상태도 엉망이고, 수입업자만 배불리는 지금의 유통 시스템으로는 축제를 거론하기가 낯뜨겁다”며 “검찰 수사가 막창의 위생상태를 더 청결하게 하는 계기가 되기 바란다”고 말했다.

전준호기자 jhj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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