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오와 코커스에서 예상을 깨고 공화당 선두를 차지한 테드 크루즈 (텍사스)상원의원은 1일(현지시간) 지지자들 앞에서 승리를 선언하며 “아이오와 주와 전국의 모든 용기 있는 보수주의자들의 승리다”고 말했다. 그는 “풀 뿌리 지지자들의 승리”라고도 했다.
크루즈는 이날 한층 고무된 모습이었으며 자신감으로 가득 차 있었다. 엄지손가락을 치켜 올리며 연단에 오른 그는 “공화당의 대선 주자는 물론 미국의 차기 대통령은 절대 워싱턴 기득권층, 로비스트, 언론에 의해 선택되어선 안 된다는 사실을 아이오와 지지자들이 보여줬다”면서 지지자들을 추켜세웠다. 그는 이어 “역대 공화당 아이오와 코커스 승리자 중 가장 많은 표를 얻었다”며 “위대한 미국을 만든 자유시장 원리와 헌법, 기독교 가치를 지켜가겠다”고 강조했다.
여론조사에서 줄곧 1위를 달리던 도널드 트럼프 후보를 4%포인트 차이로 따돌리고 압승한 크루즈는 트럼프를 대체할 후보로 떠오르며 대권에 한 걸음 더 다가설 수 있는 기회를 잡았다. 미국 언론들은 앞다퉈 “크루즈 의원이 루비오 의원의 잠재력과 트럼프 후보의 대중적인 인기를 넘어선다면 본선 경쟁력을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라며 “아이오와에서 승리로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등 이어지는 경선 무대에서도 선전할 발판을 확보했다”고 평가했다.
뉴욕타임스(NYT) 분석에 따르면 아이오와 코커스에서 공화당원들은 소득 수준과 관계 없이 고루 크루즈를 지지했다. 비교적 저소득층 인구가 많은 지역에선 28.7%의 지지율로 고소득층 집중 지역(26.8%)보다 인기가 높았다. 크루즈의 기반 세력인 복음주의자 인구가 많은 곳에선 그렇지 않은 곳보다 지지도가 3%포인트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크루즈는 특히 보수 강경파인 티파티(Tea party) 지지자들의 표도 싹쓸이 한 것으로 분석된다. NYT는 “2012년 대선 경선에서 티파티의 지지를 받은 릭 샌토럼 전 상원의원을 선택했던 지역구에선 크루즈의 지지도가 31.1%에 달했다”고 전했다.
비주류에 가까웠던 크루즈가 아이오와에서 비교적 손쉽게 트럼프를 거꾸러트릴 수 있었던 이유는 적극적인 바닥 민심 공략이 적중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크루즈는 코커스 당일까지 아이오와 주 1,681개 기초 선거구에서 모두 1만1,986명의 자원봉사자를 동원하는 조직력을 보여줬다. 워싱턴포스트는 “크루즈를 지지하겠다고 밝힌 이들의 서명 리스트가 하루가 다르게 늘어갔다”라며 “자정을 넘겨 들리는 주유소에도 언제나 그를 지지하는 시민들이 구름처럼 몰려들었다”고 보도했다. 크루즈 선거캠프 매니저인 제프 로는 “지지자들의 입 소문이 이웃으로 널리 퍼져가도록 하는 데 선거운동 역량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NYT도 “아이오와 주의 99개 카운티를 샅샅이 돌아다니며 유세를 펼친 크루즈 의원이 결실을 거뒀다”며 “트럼프의 막강해 보이던 아우라도 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고 전했다.
캐나다 태생이면서 쿠바 이민자를 아버지로 둔 크루즈는 2003년부터 텍사스 주 법무차관을 지내며 정계진출의 기회를 노려왔다. 그는 2012년 연방 상원의원으로 워싱턴에 진출한 후 오바마 케어에 대한 강경한 반대 입장을 내세우면서 티파티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으며 당내 입지를 다졌다. 낙태, 동성결혼, 총기규제 등과 관련된 정책에 있어 가장 보수적인 입장을 견지하는 크루즈 의원은 전통적인 백인 공화당 지지층은 물론 이민자 혈통 덕분에 히스패닉 표심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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