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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경주/사진=개인 공식사이트
최근 31개 대회에서 한 번도 톱10에 오르지 못하며 긴 슬럼프에 허덕이던 '탱크' 최경주(46·SK텔레콤)가 화려하게 부활했다.
최경주는 2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토리파인스 골프장 남코스(파72·7,569야드)에서 열린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파머스 인슈어런스오픈 4라운드 잔여 경기에서 8개 홀을 치르는 동안 보기 1개를 기록했다. 전날 기상 악화로 10개 홀만 돈 최경주는 이날 포함 4라운드 합계 버디 1개와 보기 5개로 4타를 잃어 최종 5언더파 283타로 브랜트 스네데커(36·미국)에게 1타 뒤진 단독 2위로 대회를 마쳤다.
악천후에 아랑곳하지 않고 4라운드에서 유일하게 언더파(-3)를 친 스네데커(미국)에게 추월 당했지만 최경주 역시 강한 바람에 잘 맞서 싸운 편이었다. 궂은 날씨로 인해 이번 대회 출전 선수들의 4라운드 평균 타수는 5.90오버파로 1983년 이후 메이저 대회를 제외하고 두 번째로 높은 타수로 기록됐다. 최경주의 4오버파는 평균 이상이었다.
간발의 차로 놓친 우승이 못내 아쉽지만 어떤 의미에서 이번 준우승은 우승보다 값진 것으로 평가된다. 전성기 시절 세계랭킹 10위권이던 그는 작년 최악의 부진에 허덕였다. 19개 대회에 나서 '톱10'에 한 번도 들지 못한 채 5번이나 컷 탈락을 당했다. 25위 안에 든 적도 두 번뿐이다. 우승은 4년 9개월 전인 2011년 5월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이 마지막이었다.
공교롭게 불혹을 넘어가면서 성적이 하락했다. 2012년부터 톱10은커녕 컷 통과(87개 대회 톱10 6회·컷 탈락 20회)에 급급했다. 어느덧 40대 중반이 된 최경주를 두고 이대로 저무는 게 아닌가 라는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이런 슬럼프를 단숨에 반전시켰다는 데 이번 준우승은 의미 있다. 힘들수록 최경주는 탱크란 별명처럼 묵묵히 골프만 보고 달렸다. 준우승은 부단한 노력과 땀방울의 결과물이었다.
올해 본격적인 시즌에 앞서 중국 광저우에서 장학재단 선수들과 강도 높은 전지훈련을 소화했던 게 좋은 예다. 이를 통해 떨어지는 장타력(올 시즌 평균 드라이버 비거리 276.7야드• 198위)을 노련미와 정교함으로 메웠다.
절치부심한 최경주는 시즌 첫 대회 소니오픈에서 8언더파를 치며 살아나는 기미를 보였다. 공동 50위였지만 약점으로 지적됐던 드라이버 비거리가 300야드(약 274m)까지 나오기도 했다. PGA에는 2015년 기준 평균 300야드를 넘기는 장타자가 26명으로 늘어났다. 장타가 전부는 아니지만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중요한 요소인 것은 부인 못한다는 점에서 고무적인 현상이었다.
자신감을 얻은 최경주는 시즌 두 번째 출전 대회인 파머스 인슈어런스 오픈에서 곧장 준우승이라는 성과를 냈다.
최경주의 준우승은 2014년 6월 트래블러스 챔피언십 이후 처음이다. 톱10 진입 역시 이 대회 이후 1년 8개월만이다.
이번 준우승으로 세계랭킹이 334위에서 137위로 수직 상승한 최경주는 동기부여가 남다르다. 2011년 플레이어스 챔피언십 우승으로 확보한 5년간의 투어 출전권이 올 시즌 만료되기 때문이다. 절박함 속에 아직 녹슬지 않았단 걸 증명한 최경주가 내친 김에 또 한 번의 전성기를 구가할지 주목된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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