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할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세상이다. 음악도 예외는 아니다. 기계음이 판을 치고 진화된 프로그램 속에 모든 작업을 컴퓨터와 합을 맞춘다.
작곡·작사→편곡→믹싱→마스터링 단계를 거쳐 발매되는 앨범 작업 중에서 마스터링은 그나마 성역이었다. '3분의 마법'으로 통하며 곡 전체를 포장하는 조절은 전적으로 사람의 판단력을 요했다. 정량화 된 프로그램은 한계가 있다고 봤지만 최근 상황은 또 달라지고 있다. 마스터링에 필요한 1~2억원의 고가 장비 보다 훨씬 저렴한 프로그램으로 대체하려는 조짐이다.
국내 최대 마스터링 전문 스튜디오 소닉코리아의 엔지니어 박정언은 "하이브리드 마스터링 시대가 곧 올 것"이라며 "비싼 장비를 쓰되 컴퓨터에 잘 만들어져 있는 프로그램과 병행하는 형태다. 그 단계 지나면 컴퓨터만으로 나쁘지 않은 질을 만들지 않을까"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지금은 컴퓨터에 관심있는 작곡가들이 혼자 믹싱을 다 한다. 그래도 마스터링은 스튜디오 하는데 알고리즘이 좋아지면 머지 않은 미래에 혼자 다 하는 세상이 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럼에도 박정언은 질적인 측면에서 사람의 힘, 전문가의 날카로운 시선을 믿는다.
그는 "화장실에서 오래 앉으면 역한 걸 모르듯이 혼자 작업하는 사람들은 자신 음악의 좋고 나쁨을 모른다. 마스터링은 제3의 청자에게 들려주고 해석을 새롭게 사운드로 만들어가는 작업이다. 아무리 기술적인 부분이 프로그램으로 대체 돼도 감성적인 부분을 채울 수 없다"고 분석했다.
박정언은 마스터링 엔지니어 세계에서 가수로 치면 엑소와 같다. 동방신기, 슈퍼주니어, 빅뱅 등 막강한 선배들이 있지만 가장 뜨거운 존재로 주가를 올리고 있는 게 맞아 떨어진다. 박정언은 미쓰에이, 2PM, 윤하, 임재범의 30주년 기념 앨범 등 높은 인기와 소리에 민감한 가수의 앨범 마스터링을 도맡아 작업했다.
박정언은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이에서 자기만의 레시피가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또 트렌드 흐름을 빠르게 파악하고 상황에 대처하는 능력도 요구된다"며 "아날로그 장비와 디지털의 장점을 적절히 뽑아 쓰는 것이 지금 시대에 가장 좋아보인다"고 했다.
국내 마스터링 시장을 위협하는 또 하나의 흐름은 해외 유명 엔지니어만 찾는 추세다. 세계적 톱가수의 앨범에 다수 참여했다는 누구누구와 협업했다는 내용은 새로운 마케팅 소재로도 잘 이용되고 있다.
박정언은 "미국·영국 등 세계적인 엔지니어의 실력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주로 온라인으로 작업 내용을 주고 받는 게 대다수"라며 "곡에 대한 메시지는 대략 전달되겠지만 100% 스며들었을까. 한 곡을 해도 엔지니어와 얼굴을 직접 맞대고 작업 풀어갈 때 컨셉트가 잘 나올 것"이라고 조언했다.
끝으로 박정언은 "진찰은 의사, 약은 약사에게! 사실 김밥○○처럼 모든 음식이 다 나온 식당 많지만 김치찌개 하나 있어도 맛을 기억해 찾아가지 않나"라며 "모든 걸 소화한들 깊이를 따졌을 때 하나만 정말 잘하는 사람보다 못할 것이라고 확신한다. 환경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지만 마스터링 엔지니어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 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사진=한국스포츠경제DB
심재걸 기자 shim@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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