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도 우리 차들 검사 잘 좀 봐주십시오.” 외제차 수입ㆍ판매업자들은 황모(43)씨 앞에만 서면 굽실거리며 갖가지 금품을 상납하기 바빴다. 황씨는 환경부 산하 국립환경과학원 교통환경연구소 연구원으로 수입차 배출가스와 소음 인증업무 담당자였다. 국산차는 물론 수입차도 국내에서 굴러다니려면 반드시 교통환경연구소의 검사를 통과해 환경인증을 받아야 해서 황씨는 관련 업계의 ‘제왕’ 노릇을 했다. 유명 수입차 업체들은 그에게 술과 장어 등을 대접하면서 현금 100만~200만원, 호텔ㆍ리조트 이용권, 30만원권 백화점 상품권을 찔러 줬다. 심지어 성접대까지 그가 원한다면 했다.
향응을 받는 게 몸에 밴 생활이 된 그는 특정업체에 인증을 내주지 않다가 향응을 받기로 약속한 날에 인증을 해주고, 그날 밤 업체로부터 원하는 접대를 받는 등 적극적인 ‘갑질’을 했다. 그렇게 해서 황씨는 2009년 11월~지난해 5월 총 80여차례에 걸쳐 1,677만원 상당의 금품과 향응을 제공 받았다. 그는 또 수입차 직원에게 자신의 친형이 살 차를 300만원 싸게 팔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부장 현용선)는 뇌물수수 등 혐의로 기소된 황씨에게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2년, 벌금 1,500만원과 추징금 1,542만원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호텔이용권 등 135만원 상당의 금품은 몰수했다.
재판부는 “10명이 넘는 수입차 관계자로부터 장기간 반복적인 향응과 현금을 받고 심지어 성접대까지 받은 이 범행으로 인증업무처리의 공정성과 사회 일반의 신뢰가 심각하게 훼손됐다”며 “엄히 처벌함이 마땅하다”고 지적했다. 다만, 황씨가 두 눈에 녹내장을 앓고 있는 사정 등을 감안해 집행유예를 선고했다는 게 재판부 설명이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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