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사면초가의 위기에 빠졌다. 위안화 약세를 점치는 조지 소로스 등 국제 투기 세력들에 맞서 관영 매체들이 위안화 방어 총공세에 나섰지만 적군은 오히려 더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투기꾼을 쫓아버리려면 금리를 인상해야 하지만 현실은 성장 둔화와 신용 경색으로 위안화를 더 풀어야만 하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일본마저 마이너스 금리를 선언하며 위안화 평가 절하 압력은 더 커졌다. 자칫 중일 환율전쟁까지 벌여야 할 판이다.
전쟁의 빌미는 소로스가 제공했다. 그는 지난달 21일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에서 “중국 경제의 경착륙은 피할 수 없다”며 “아시아 국가 통화의 가치는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중국은 발끈했다. 중국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달 26일 ‘중국을 향해 선전포고? 하하’라는 사설에서 “아시아 각국 화폐가 심각한 투기성 공격에 직면했다”며 “그러나 이러한 시도는 결코 성공할 수 없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신화통신은 “공매도(주식 등의 하락을 예상해 실물이 없는 상태에서 매도하는 것) 투자자들이 의도적으로 공황을 조장, 차익을 챙기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달 28일에는 리커창(李克强) 중국 총리까지 나서 “위안화를 평가절하할 여지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러나 서방 자본의 공세는 멈추지 않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헤지펀드인 헤이먼 캐피털과 그린라이트 캐피털은 물론 억만장자 트레이더인 스탠리 드러켄밀러, 헤지펀드 매니저 데이비드 테퍼 등도 위안화 약세를 예상, 투자를 크게 늘렸다고 전했다.
중국의 말발이 안 먹히는 건 기본적으로 실물 경제 상황이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의 지난해 경제 성장률은 25년 만에 가장 낮은 6.9%를 기록했고 올해는 6.0% 가까이로 더 떨어질 것이 예상된다. 2014년6월 4조달러에 육박했던 중국의 외환보유고는 이미 3조3,000억달러선도 위협받고 있다.?
더군다나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춘제(春節ㆍ우리의 설)를 앞두고 자금을 계속 풀고 있다. 1월에만 중단기유동성과 장기자금 등 모두 1조5,269억위안(약 278조원)의 유동성을 공급했는데, 위안화가 많이 풀릴수록 위안화 가치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특히 일본은행이 지난달 29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를 발표하며 중국은 더 궁지에 몰렸다. 중국이 일본의 제2 무역 상대국이라는 점에서 엔화의 평가 절하는 중국에게 적잖은 충격이 될 수 있다. 일각에선 중일 환율전쟁 가능성도 전망하고 있다.
베이징=박일근특파원 ik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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