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문건 유출’사건으로 기소됐던 조응천 전 청와대 공직기강비서관이 2일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문재인 전 대표가 공을 들여 그를 영입했다.
조 전 비서관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최근의 더민주에서 희망을 봤다”며 “유일한 대안세력이자 제1야당인 더민주에 제가 살아온 일생을 모두 맡기겠다”고 말했다. 조 전 비서관은 “불의한 권력과 잘못된 정치는 모두를 절망하게 만들지만 절망의 늪에서 건져낼 수 있는 것도 정치일 수 밖에 없다”면서 “잘못된 권력과 국정을 바로 세워 희망을 일구고 싶다”고 말했다.
공안통으로 분류되는 조 전 비서관은 28회 사법시험을 통과해 검사로 임용된 뒤 대구지검ㆍ수원지검 공안부장과 법무부 장관 정책보좌관, 국정원장 특보를 지냈다. 2012년 대선 때 박근혜 대통령 캠프에서 네거티브 공세 대응 등을 맡은 인연으로 2013부터 2014년까지 청와대 민정수석실 공직기강 비서관으로 근무하면서 박 대통령의 친인척 관리 등을 담당했다. 청와대 비서관직을 사퇴한 이후인 2014년 말 터진 ‘정윤회 문건 사건’의 배후로 지목 받아 검찰에 기소됐다. 지난해 10월 1심에서는 무죄 선고를 받았다.
조 전 비서관은 사건 이후 ‘을’의 입장으로 살아보겠다며 서울 마포구에서 식당을 개업했다. 문 전 대표는 조 전 비서관의 식당에 여러 차례 찾아가 “내가 겪은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게 하지 않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해야 할 정치의 시작”이라고 설득하며 총선 출마를 권했다고 한다.
김상곤 더민주 인재영입위원장은 2일 조 전 비서관 영입 배경과 관련 “공직기강을 바로 세우려 노력하고 불의에 맞서는 용기를 함께 가졌던 분”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현 정권은 이런 공직기강 수립 의욕과 불의에 맞선 용기를 가진 사람을 배신자로 폄훼하면서 비난하고 공격했다”며 “여기에도 굴하지 않고 끝까지 이겨내는 용기를 우리 당에서 먼저 살폈다”고 전했다.
더민주는 박 대통령의 경제 멘토였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 이어 조 전 비서관을 영입해 총선을 박근혜정권 대 반박근혜 정권의 전선으로 만들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조 전 비서관은 자택과 식당이 있는 서울 마포갑이나 고향인 대구에 출마할 것이라는 얘기나 나온다. 마포갑에 출마하면 안대희 전 대법관과 맞붙을 수 있다.
새누리당은 조 전 비서관의 더민주 행에 불편한 심기를 감추지 않았다. 김영우 새누리당 수석 대변인은 “조 전 비서관은 현 정부에서 청와대 비서관까지 지냈고 문건 유출 파동의 한가운데 있던 인물이었다”며 “선거를 앞두고 더민주의 초조함과 조급함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한 여권 인사는 “대통령의 비서로, 공직 수행 과정에서 물의를 빚은 인사를 정권 중간에 데려가는 것이 야당이 말하는 새 정치인지 묻고 싶다”고 혹평했다.
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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