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명대 동산병원, 지난달 25일 실시… 4일 퇴원 예정
6남매 모두 생존… 김치ㆍ된장 등 발효음식 즐겨 먹어
평생 처음 병원에 입원한 106살 할머니가 대장암수술을 성공적으로 마치고 건강하게 퇴원한다. 초고령자들은 수술 과정의 마취나 회복이 더딘데다 수술 후 삶의 질이 낫다는 보장이 없어 잘 하지 않지만 이 할머니는 거뜬히 이겨내 주목을 받고 있다.
계명대 동산병원 대장항문외과 백성규 교수는 지난달 25일 올해 103살인 추득실(대구 서구 비산동) 할머니에 대한 우측 대장절제술을 복강경수술로 성공했다고 2일 밝혔다. 100세 이상 초고령자에 대한 암 수술은 국내는 물론 세계적으로도 희귀하다. 1910년생으로 올해 106살이 되는 추 할머니는 호적에는 3년 늦은 1913년생으로 기록돼 있다. 그는 평생 동안 큰 병 한번 앓은 적이 없고, 입원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밝혔다.
추 할머니 속이 불편하고 혈변이 나오자 병원을 찾았고, 대장내시경검사에서 ‘오름결장암’ 진단을 받았다. 백 교수팀은 지속적인 출혈과 함께 대장의 대부분이 막혀있어 그대로 두면 위험하다는 판단에 따라 대장절제술을 시행했다. 70대보다 더 정정할 정도로 건강이 좋은 점도 수술 결정에 영향을 미쳤다.
백 교수는 “고령 환자의 경우, 회복이 더디고 여러 합병증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 출혈이 적고 회복이 빠른 복강경 수술법을 선택했다”며 “다행히 수술을 잘 견뎌냈고, 조만간 퇴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추 할머니는 집안 내력과 함께 낙천적인 성격, 제철 식품과 발효 음식을 즐겨 먹은 것이 장수비결이라고 밝혔다. 타고난 건강체질 탓인지 윗니 일부만 틀니이고 아랫니는 대부분 자연치 그대로이다. 틀니를 해 넣기 위해 치과에 몇 번 간 것 말고는 몸이 아파 병원신세를 진 적은 이번이 처음이다. 특히 6남매의 장녀로 90대인 막내까지 모두 생존해 있다고 해 의료진들도 놀라게 했다. 하지만 남편과 일부 자녀들은 먼저 보내고 혼자 사는 추 할머니는 지금도 혼자 밥을 지어 먹을 정도로 건강하며, 남은 두 딸이 수시로 반찬거리 등을 챙겨 들러 빨래를 하는 등 챙기고 있다.
추 할머니는 “처음에는 나이가 많아 수술이 겁났는데, 잘 됐다고 하니 몸도 마음도 젊어진 기분”이라며 “평소 인스턴트식품을 멀리하고 제철 채소와 생식, 발효 식품 위주의 식단이 장수 비결”이라고 밝혔다. 수술 후 경과가 좋아 2일 현재 식사와 목발 등에 의지하지 않고 혼자 거동할 수 있을 정도이며, 4일쯤 퇴원할 예정이다.
백성규 교수팀은 2014년 40세 여성의 직장구불결장 이행부 암을 ‘단일공 로봇수술’로 성공하는 등 수술범위가 넓고 어려운 대장암 치료에 능력을 인정받고 있으며, 이 같은 결과를 미국대장항문학회지와 국제의학 로봇수술 학술지 등에 잇따라 게재해 주목 받고 있다.
정광진기자 kjcheong@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