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선후보들이 받은 후원금의 3분의 1 이상이 ‘월스트리트’로 표현되는 금융계에서 나온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20% 정도였던 4년 전 대선 당시에 비해 월가의 정치적 영향력이 급속히 확산됐음을 보여준다.
미국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뉴욕타임스(NYT)는 1일(현지시간) 비영리 정치자금 감시단체인 CRP(Center for Responsive Politics)의 자료를 토대로 이 같이 보도했다. CRP에 따르면 각 당 대선주자들이 정치자금 후원단체인 슈퍼팩 등을 통해 최근까지 모은 기부금 총액은 2억9,000만달러(약 3,487억원)이고, 이 중 3분의 1 이상은 금융계 거물들에게서 나나왔다.
금융계 기부금의 비중은 4년 전에 비해 확연히 급증했고, 공화당 쏠림 현상도 심화했다. 2012년 대선 당시 그 비중은 전체의 20%였다. 또 공화당과 민주당의 기부금 액수는 4년 전 3대1에서 이번에는 12대1로 격차가 급격히 늘었다.
공화당의 경우 ‘큰 손’ 후원금이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과 테드 크루즈 상원의원으로 양분되는 경향을 보였다. 루비오 의원을 지지하는 슈퍼팩은 지난해 하반기 기부금의 절반 이상을 월가로부터 받았다. 억만장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폴 싱어와 켄 그리핀이 각각 250만달러를 냈고, 또 다른 유명 헤지펀드 매니저인 클리프 애스니스와 투자자인 메리 스펜서도 각각 100만달러를 기부했다. NYT는 “월가 기부자의 상당수가 본선 경쟁력을 이유로 루보이 의원을 지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크루즈 상원의원도 헤지펀드 설립자인 로버트 머서로부터 1,100만 달러, 사모펀드 설립자인 토비 누게바우어로부터 1,000만달러를 각각 받는 등 월가의 강한 지원을 받았다. NYT는 부유한 복음주의자, 자유주의적 기업인, 친(親)이스라엘 매파, 과거 대선후보에 반발해 이탈한 후원자 등 전통적 지지자가 아닌 그룹이 크루즈 의원의 ‘후원 블록’을 형성하고 있다고 봤다.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월가 모금이 단연 두드러졌다. 그는 지난해 하반기에 모은 2,500만달러 중 1,500만달러를 월가에서 기부받았다. 특히 억만장자 투자자인 조지 소로스가 700만달러 이상을 냈다.
부동산 재벌인 공화당의 도널드 트럼프는 월가를 포함한 외부 후원금이 400만달러에 그쳤고, 민주당의 버니 샌더스 상원의원도 슈퍼팩 의존도가 낮았다.
슈퍼팩 후원금의 상당액은 광고를 통한 후보간 난타전에 사용된 것으로 분석됐다. 루비오 후보의 슈퍼팩은 크리스 크리스티 후보와 크루즈 후보를 비난하는데 각각 320만달러와 330만달러를 지출했다. 이는 거액 후원금이 사실상 미트 롬니 후보에게 쏠렸던 2012년 대선 때는 볼 수 없었던 풍경이라고 NYT는 전했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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