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사와 복통을 동반하는 만성 염증성 질환인 크론병은 최근 20, 30대 젊은 환자를 중심으로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최근 4년 간 크론병 환자는 41%나 늘어났으며, 특히 전체 환자의 28.9%는 20대, 21.4%가 30대로 젊은 환자가 많았다.
크론병은 서구에서 많이 발생하는 질병으로 우리나라도 생활 습관, 음식 문화가 서구화하면서 발생률이 급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크론병 발병 원인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지만 유전적 요인, 식이ㆍ스트레스 등 환경적 요인, 정상적으로 존재하는 장내 세균 불균형으로 인한 인체의 과도한 면역반응이 중요한 발병 메커니즘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 영국 런던 세인트 조지 병원 위장병 학자인 샐리 미턴 박사는 패스트푸드, 정크푸드 등을 많이 먹는 사람은 크론병에 걸릴 위험이 크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한 바 있다.
위생적인 환경에서 자라거나 면역력에 문제가 있는 상태에서 새로운 항원에 노출되면서 걸린다는 가설도 제시된다.
김정욱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환자 개인에 따라 크론병 증상을 악화시킬 수 있는 음식(육식, 유제품, 향신료, 알코올, 카페인, 탄산 등)이 항상 증상을 악화시키는 건 아니므로 식사와 증상 발생 사이 관계를 파악해 특정 음식은 피해야 하되, 영양부족증에 걸리지 않게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염증성 장질환 환자에서 부족할 수 있는 영양분은 엽산, 비타민 B12, 칼슘, 비타민 D, 철분, 각종 무기질 등이며 프로바이오틱스(유산균 등)와 등 푸른 생선 등에 많이 함유돼 있는 오메가-3 지방산이 일부 효과가 있다고 보고되고 있다.
크론병은 설사나 혈변, 심한 복통, 메스꺼움, 발열, 식욕 부진, 체중 감소, 피로감 등의 증상을 수반하는데, 입에서 항문까지 소화관 어디에서나 발병할 수 있지만 주로 대장ㆍ소장에서 많이 발병한다.
크론병 환자에게는 흔히 치루, 항문 주위 농양 등과 같은 항문질환이 동반된다. 치루는 항문 밖으로 고름이 나오는 질환으로 우리나라 크론병 환자 중 30~50%가 이러한 항문질환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최창환 중앙대병원 소화기내과 교수는 "염증성 장 질환인 크론병으로 인한 치루는 단순히 치루 제거 수술을 통해 치료를 끝내는 것이 아니라 치루 상태에 따라 여러 가지 다른 치료 방법을 시행해야 하고, 재발을 예방하기 위해 꾸준한 약물치료가 필요하다"며 "치루를 유발한 근본 원인인 크론병을 정확히 진단하고 치료해야 치루 재발과 다른 합병증을 예방할 수 있다"고 했다.
최 교수는 "크론병은 장관 협착, 누공, 천공 등 합병증을 유발해 장 절제 수술을 받을 수 있지만 반복적인 장 절제수술은 단장증후군 같은 신체장애를 일으킬 수도 있다"며 "환자 20~30%가 눈과 입, 관절, 피부 등에 염증ㆍ통증과 골다공증, 신장결석 등 다양한 합병증을 경험할 수 있어 조기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dkw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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