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려견을 키우고 유기동물 봉사활동에도 적극적인 최미란(33)씨는 최근 펫타로 강의를 들었다. 펫타로는 타로점과 같지만 사람이 아닌 동물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다. 뽑은 카드의 이미지를 통해 동물의 신체적, 심리적 상태를 알 수 있다. 예컨대 중성화 수술을 한 동물들에게는 종종 정체성, 자존감 카드가 뽑히는데 이는 동물이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있다는 뜻이라는 식이다. 수강료는 하루에 15만~30만원 정도다. 최씨는 “애니멀커뮤니케이터(동물과 의사소통하는 사람. 약칭 ‘애커’)에도 관심이 많았는데 애커보다는 먼저 비교적 쉬운 펫타로를 배워 우리집 강아지의 심리도 알아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는 “신기하더라. 연습을 열심히 해야겠다”며 만족해했다.
동물과 의사소통하는 신종 직업
개나 고양이를 키우는 사람이라면 한번쯤은 “말을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생각해 본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문제 행동을 하는 경우라면 더 그렇다. 뭐가 불만인지 어디가 아픈 건지 이유라도 알면 좋을 텐데 말이 통하질 않으니 답답하기 그지 없다.
동물의 마음을 알고 싶은 이들이 늘면서 국내에도 애니멀커뮤니케이터와 펫타로티스트(펫타로리더)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펫타로의 경우 강좌까지 개설돼 최씨처럼 직접 펫타로점을 치는 이들도 생겨나는 추세다.
애니멀커뮤니케이터는 동물과 대화할 수 있는 사람들이다. 동물을 직접 보기도 하지만 사진이나 그림만 가지고도 대화할 수 있다. 또 살아 있는 동물뿐 아니라 이미 세상을 떠난 동물과의 의사 소통도 가능하다고 한다. 펫타로티스트는 이보다는 단순해 카드를 통해 개들의 심리 상태를 알려주는 수준이다.
미국에선 이미 애커가 활동한지 50년 가까이 됐다. 리디아 히비, 마타 윌리엄스, 아멜리아 킨케이드를 비롯해 일본과 국내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하이디 라이트 등 스타 애커들도 많다.
국내에선 2009년 SBS TV의 ‘동물농장’에 하이디 라이트가 출연하면서부터 애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기 시작했다. 하이디는 일본에서 1년간 동물 방송에 나오면서 알려진 애커인데, 한국에도 6주간 동물들과 교감하는 내용들이 전파를 탔다. 마음 문을 열지 않던 동물들이 하이디와의 교감 이후 변화된 모습들을 보이면서 시청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지금도 온라인에는 반려견 사진을 이메일로 보내 하이디에게 상담 의뢰를 하고 후기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이디 붐을 타고 현재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있는 국내 애커는 20여명 안팎으로, 이 가운데 5명 정도가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다.
리디아 히비는 20년 이상 6만명이 넘는 사람들과 상담해 온 대표적 애니멀커뮤니케이터다. 그가 1998년 쓴 ‘동물과 이야기하는 여자’를 번역 출판한 책공장더불어의 김보경 대표는 “키우던 개가 죽고 난 다음 마음 고생을 많이 하면서 애커에 대해 알아보던 중 리디아 히비에 대해 알게 됐고 많은 위로를 받았다”며 “애커를 통해 반려인과 동물의 삶의 질이 개선되고 행복해지는 사례들을 많이 읽고 봐 왔다”고 말했다.
“오감을 사용해 의사소통”
애니멀커뮤니케이터는 주로 오감을 활용해 떠오르는 이미지 등을 해석하는 방식으로 동물과 의사소통을 한다. 그렇다고 초자연적 현상이나 마술 같은 것은 아니다. 리디아 히비는 엄마가 옹알이도 못하는 아기와 생각과 느낌을 나누는 것과 같은 방법으로 동물과 대화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국내에서 애커로 활동하는 루나도 “교감을 시도하면 오감을 통해 느껴지는 게 있고, 이를 해석해 반려인에게 알려준다”고 말했다.
주로 누가 애커들을 찾을까. 가장 일반적으로는 가족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특별히 몸이 아픈 곳은 없는지 등 반려동물의 마음을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새벽마다 운다거나, 볼일을 여기저기 보는 등 문제 행동을 하는 동물들과의 의사소통을 원하는 이들도 있다. 애커 루나는 변기 물을 먹는 고양이와 대화를 나눈 사례를 소개했다. 고양이는 재미있어서 변기 물을 먹고 있었는데 가족들이 이를 걱정하고 싫어한다고 얘기해줬더니 상담 이후 고양이가 변기 물을 먹는 행동을 그만뒀다는 것이다. 이외에는 생사를 넘는 위급한 상황이나 집을 잃은 경우에도 상담을 의뢰하는 반려인들도 있다.
물론 사진만 보고 교감하는 데에 의구심을 갖는 경우도 많다. 하이디 라이트, 리디아 히비도 사진으로 동물과 소통한 다음 전화나 이메일로 답변을 해주는 방식을 사용한다.
이에 대해 루나는 “뇌파가 긴장상태에 있으면 교감이 잘 되지 않는데 바뀐 장소에서 사람들이 많은 경우 애커뿐만이 아니라 동물들도 긴장을 하고 부담을 느낀다”며 “애커가 편안한 장소, 시간에 사진을 통해 교감을 하는 게 더 낫다”고 설명했다.
직접 상담 받아 봤더니
애커에 대해 알아보면서 기자도 반려견 ‘꿀꿀이’에 대해 직접 리디아 히비에게 상담을 해보았다. 비용은 40달러. 국내 애커들과의 상담 비용도 5만~10만원 정도이니 이와 비교해서 크게 비싸지는 않았다. 하이디는 195달러에 2개월 정도 답변을 기다려야 한다는 후기를 보고 리디아 히비와의 상담을 선택했다. 꿀꿀이의 전신 사진과 눈이 잘 나온 사진 여러 장을 이메일로 보냈는데, 가능하면 빠르게 답변을 해줬으면 좋겠다 하니 이틀 만에 답변이 왔다. 결과는 인터넷 점과 비슷한 느낌이었다. 어떤 부분은 잘 맞는 것 같기도 하고 아닌 것 같은 부분도 있고 알쏭달쏭했다.
애커나 펫타로를 통해 반려인과 동물들의 삶이 더욱 행복해지는 긍정적인 결과로 나타나는 경우도 있다. 반면 아직 과학적으로 입증되지 않은 만큼 신중해야 하며 애커나 펫타로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다. 실제로 지난해 애커 상담 피해자가 애니멀 커뮤니케이터 27명을 사기와 의료법 위반 혐의로 고발한 적도 있다. 다만 검찰은 이에대해 무혐의 처분했다.
이형주 크루얼티프리 인터내셔널 동아시아 캠페인 매니저는 “동물들을 꾸준히 관심과 애정을 갖고 지켜보면 동물들의 마음을 알 수 있는데 이 과정을 애커나 펫타로에 의지해 보려는 심리”라며 “자신의 동물을 제일 잘 아는 사람은 다른 누가 아니라 함께 사는 가족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다.
고은경기자 scoopk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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