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입국관리사무소, 공항공사와
베트남인 밀입국 서로 책임 떠넘겨
수사 내용 비공개에 경찰도 불만
폭발물 사건 수사도 답보 상태
인천국제공항 입국심사대를 뚫고 밀입국한 20대 베트남인의 행방이 나흘째 묘연한 가운데 인천공항공사, 법무부 출입국관리사무소, 경찰 등 공항의 안전과 보안을 총괄하는 관련 기간들이 책임 떠넘기기로 일관, 빈축을 사고 있다.
인천공항공사 관계자는 1일 “중국와 베트남인 등 외국인 밀입국자들이 국내 잠임의 통로가 됐던 상주 전용 출입문과 자동출입국심사대 등은 모두 출입국관리사무소가 통제하는 시설”이라며 “출입문이 쉽게 열렸던 것도 관리 소홀 탓”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출입국관리사무소측은 “중국인이 문을 뚫었던 보안검색장의 경우 경비보안요원이 있는데도 이를 보지 못했고, 업무를 태만히 해 밀입국이 가능했던 것”이라고 반박했다. 공항내 경비보안인력의 업무 태만으로 화를 불렀다는 것이 출입국관리사무소측의 주장이다.
출입국관리사무소와 경찰의 불협화음도 점입가경이다.
지난달 29일 밀입국한 베트남 A(25)씨는 당일 오전 7시 40분쯤 인천공항 동쪽 장기주차장에서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것을 마지막으로 종적을 감췄다. 이를 두고 경찰은 A씨가 장기주차장에서 미리 준비된 차량을 타고 이동했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고 추적 중이지만 관련 단서나 정보가 부족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경찰은 용의 차량 특정을 못해 인천공항고속도로 등 연결도로 CCTV 확인 작업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주체가 출입국관리사무소이고 수사 진행 상황, 내용을 우리에게 오픈(공개)하지 않다 보니 수사에 한계가 있다”며 “외곽에서 나름대로 확인 중이나 뚜렷하게 나온 것이 없다”고 말했다. 반면 출입국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수사 중인 상황이라 공개적으로 확인해줄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지난달 29일 발생한 인천공항 화장실 가짜 폭발물 설치 사건 용의자 수사도 답보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경찰은 가짜 폭발물과 화장실 양변기 등에서 지문 19점을 채취, 분석해 내국인 3명의 신원을 특정했으나 사건과 관련성은 찾지 못했다. 인천공항 1층 여객터미널에 설치된 CCTV 84대 영상을 확보해 분석 중이나 녹화된 분량이 많고 CCTV 위치가 멀어 분석에 난항을 겪고 있다.
경찰은 가짜 폭발물에 붙어있던 A4용지 절반 크기 메모지에 적힌 ‘당신에게 주는 마지막 경고다. 알라(신)이 처벌한다’라는 협박성 아랍어 문구에 대한 분석을 아랍어학회와 한국이슬람학회에 맡겨 용의자가 아랍어를 사용할 수 있는지 여부 등을 확인 중이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메모지는 ‘알라가 알라를 처벌한다’라는 이상한 문장이 포함됐고, ‘신’이라는 단어 앞에 관용적으로 붙는 ‘자비로운’ 등의 수식어가 빠져있어 아랍어를 모국어로 쓰는 사람의 소행은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화장실에서 나온 지문 대조와 CCTV 확인, 현장에서 수거한 (가짜 폭발물의 일부인) 과자 포장박스 등 유류품에 대한 유통 경로 추적 등을 통해 신속하게 용의자를 검거하겠다”고 말했다.
송원영기자 wysong@hankookilbo.com
이환직기자 slamhj@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