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 종료일을 5일 앞두고 정부가 쟁점법안인 파견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파견법) 통과를 위한 승부수를 던졌다. 야당이 모두 파견법 처리에 반대하고 있는 만큼, 야당의 요구를 일정 부분 수용해 대기업의 파견사용을 제한하겠다는 입장까지 내비쳤다.
파견법…일자리 창출인가 나쁜 일자리 확산인가
현행 파견법은 주차관리와 청소, 경비 등 32개 업종에 대해서만 파견을 허용하고 다른 업종은 금지된다. 파견근로자도 최대 2년만 사용할 수 있다. 반면 정부ㆍ여당이 지난해 발의한 파견법 개정안은 55세 이상 근로자에 대해서는 파견을 전면 허용하고, 제조업의 근간으로 꼽히는 뿌리산업(열처리, 금형, 주조, 표면처리, 용접, 소성가공)에는 파견을 허용하는 것이 골자다. 정부는 2009년부터 지난해까지 뿌리산업 업종별 인력부족과 최근 고용 추세 등을 종합했을 때 뿌리산업에 파견이 확대되면 1만3,000여 개의 일자리 창출효과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1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고용률이 70% 이상은 곳들은 대부분 파견 규제가 없다”고 말했다.
반면 노동계는 파견 확대는 기업이 정규직마저 파견노동자로 전락시킬 수 있다며 반박한다. 선진국과 국내 상황이 다르기 때문에 파견확대는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김종진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은 “외국에 파견 근로자가 많은 것은 임금이 정규직에 비해 낮지 않고 실업급여 등 사회안전망이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라며 “파견업종을 확대하려면 정규직과 차별 및 정규직과 격차 해소를 위한 안전장치가 법에 들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해 노사정위원회 공익전문가들도 파견 확대로 일자리 창출은 필요하지만 임금인상 등 근로자 보호 방안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국회에 제안했다.
당정, “대기업 파견 남용 제한”
파견법 쟁점을 두고 정부와 노동계, 여야가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하자 당정은 1일 대기업의 파견근로자 사용 제한 조치를 검토하겠다는 입장도 내놨다. 야당이 정부 안은 사내하도급 형태로 불법 파견을 일삼는 대기업에 면죄부를 줄 수 있다고 반발하고 있기 때문이다. 가령 현대자동차 등 대기업은 인력업체에 불과한 사내하도급업체에 일감을 주는 방식으로 사실상 파견을 남용해왔고, 법원은 이를 불법이라고 판단해왔다. 현행법에서는 직접 제조공정에서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정지원 고용부 근로기준정책관은 1일 “대기업 사업장에서 사내 하도급을 통한 파견이 확대되는 것을 방지할 대책을 법안에 담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대기업 제조공정의 사내하청은 인정하되 이 업체가 영세 인력업체로부터 인력을 파견 받아 쓰는 것은 금지하겠다는 것이다. 여당 핵심 관계자도 “원내지도부 차원에서 수용하겠다 말겠다 논의된 내용은 아니지만, 노동개혁의 본질을 흐리지 않는 범위 내에서 야당의 요구를 수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정부 방침에 대해 박지순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불법파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크기 때문에 뿌리산업에 파견이 확대돼도 대기업 사내하청이 파견근로자를 사용할 가능성은 낮다”며 “정부의 이런 조치는 노동계의 우려에 대한 상징적인 조치”고 평했다. 그러나 송보석 민주노총 금속노조 사무차장은 “대기업 사내하청 업체의 파견 사용이 금지되더라도 다단계 외부 하도급을 통한 편법의 여지가 얼마든지 있다”며 “불법파견의 원흉인 사내하청 제도를 금지하는 것이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지적했다.
장재진기자 blanc@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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