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AIㆍArtificial Intelligence)을 영화 소재로 끌어올린 사람은 1999년 타계한 스탠리 큐브릭 감독이다. 아서 클라크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 ‘2001:스페이스 오디세이’는 목성으로 향하는 우주선 디스커버리를 통제하는 컴퓨터의 반란을 그렸다. 컴퓨터가 인간의 영역을 빼앗을 것이라는 인식을 토대로 한 영화다. 그러나 큐브릭 감독이 20년 넘게 갈구한 AI의 꿈을 영화로 실현한 작품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A.I.’다.
▦ 주인공 데이비드는 암울한 미래에 대비해 인간이 만들어 낸, 사람의 감정까지 갖춘 11세 소년 로봇이다. 인간 가정에 아들로 입양되지만, 진짜 아들이 돌아오자 버림받고는 자신의 사랑을 찾아가는 비운의 여정을 담았다. 영화가 아닌 현실에서도 AI는 인간의 대항마로 깊숙이 들어와 있다. 1997년 IBM의 슈퍼컴퓨터 ‘디퍼블루’가 인간 체스 세계챔피언에 완승을 거뒀고, 2011년에는 비상한 기억력과 이해력을 갖춘 IBM의 슈퍼컴퓨터 ‘왓슨’이 퀴즈 챔피언만 참가하는 제퍼디쇼에서 인간을 꺾었다.
▦ AI는 사고, 추론, 지각능력 등 인간 지능으로 할 수 있는 일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이다. 한마디로 생각하는 기계다. 인간의 정신노동을 기계에 맡기면 돈과 시간을 절약하고 인간은 여가와 자기개발의 여유를 가질 수 있다는 게 AI의 순기능이다. 반면 실직과 소외를 불러 인간이 기계의 노예로 전락할 수 있다는 비관론도 만만찮다. 그러나 AI가 ‘인간의 라이벌이냐, 조력자냐’의 논란은 시기상조다. AI가 추구하고 모방하려는 궁극의 대상인 인간의 뇌가 어떻게 작동하는지조차 아직 규명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 구글의 AI 컴퓨터 ‘알파고’가 바둑 세계 1인자인 이세돌에게 도전장을 냈다. 처음으로 유럽에서 활동하는 중국 프로기사를 완벽히 꺾었다고 한다. 그러나 체스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하고 경우의 수도 무궁무진한 바둑에서 AI가 인간챔피언을 이기기는 불가능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세돌도 “지금 단계에서 인간이 진다면 너무 슬픈 일”이라고 했다. AI의 가장 큰 힘은 스스로 학습하는 능력이다. 인간이 이런 기계의 도전에 언제까지 우위를 점할지 모르지만, 기대되는 건 있다. AI에 대한 연구가 활발할수록 인간에 대한 탐구도 진전되리라는 희망이다.
/황유석 논설위원 aquariu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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