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국제공항이 또다시 뚫렸다. 불과 8일 사이에 두 차례나 똑 같은 유형의 밀입국 사건이 발생했다. 대한민국의 제1 관문인 인천공항이 민간인에 연달아 뚫렸다면 보통 심각한 일이 아니다. 이번 사태는 안이한 보안 의식과 허술한 경비 등 총체적 공항 관리 부실이 빚은 인재로 드러나고 있다. 구멍 난 공항 보안관리 시스템을 대대적으로 정비하지 않으면 조만간 더 큰 일이 터질지 모른다는 위기감마저 든다.
지난달 29일 베트남 남성이 공항 보안구역을 뚫고 나간 사건은 공항 보안시스템 문제를 여실히 드러냈다. 베트남인은 2층 입국장에서 무인 자동 출입국 심사대 스크린도어를 강제로 열고 빠져나갔다. 출입 통제용 스크린도어가 쉽게 열린다는 것도 이해할 수 없지만 현장에는 관리 직원도 없었고, 비록 짧았다고는 하지만 분명히 경보음이 울렸는데도 출입국관리사무소측은 알아차리지 못했다. 마음만 먹으면 누구든 쉽게 드나들 수 있을 정도로 무방비 상태라는 얘기다. 최고 보안 등급의 국가시설이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수 없다.
더욱 기가 막힌 것은 법무부가 베트남인의 잠적 사실을 통보 받고 그의 밀입국을 확인하는 데 11시간 넘게 걸렸다는 점이다. 더구나 이 베트남인은 3주 전에도 인천공항에서 입국을 시도하다가 입국 목적이 불분명해 거절된 사실이 드러났다. 이런 요주의 인물에 대한 관리는커녕 한나절이 넘도록 밀입국 여부조차 파악하지 못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다. 불과 며칠 전 중국인 부부의 밀입국으로 비상이 걸린 상황임을 감안하면 그만큼 기강이 해이해졌음을 보여준다.
인천공항에는 2,400여 명의 경비 및 보안 인력이 근무하고 있다. 결코 적지 않은 숫자지만 대부분이 협력업체 직원이다. 계약직으로 저임과 고용불안에 시달리고 있어 사명감과 보안의식이 낮을 수밖에 없다. 공항 내에 국가정보원 외교부 경찰 등 20여 개 기관이 상주하고 있지만 전체 보안을 관리 감독할 컨트롤타워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출입국은 법무부가 나머지는 공항공사가 맡는 이중적 보안시스템이 좋은 예다.
인천공항은 2001년 개항 이후 승객 서비스 향상에 공을 들여 시설 관리나 보안에는 소홀했고, 관련 투자에도 소극적이었다는 지적도 받고 있다. 잇따른 낙하산 사장들의 무책임한 경영과 중도하차도 부실 관리에 한 몫을 했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인천공항의 보안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선해야 한다. 이와 별개로 국가안보 차원의 중대한 사안이 터졌으면 누군가 책임을 져 마땅하다. 하지만 아무도 자기 책임이라며 손을 드는 사람이 없다. 바로 이런 무책임과 무신경이 인천공항에 밀입국 통로라는 오명을 안긴 주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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