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내의 조카를 성폭행해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던 남성이 또 다시 똑같은 범행을 저질러 중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3부(부장 이효두)는 아동ㆍ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 등 간음) 혐의로 기소된 오모(39)씨에게 징역 10년을 선고했다고 1일 밝혔다. 법원은 또 오씨에게 10년간 개인정보 공개와 성폭력 치료프로그램 120시간 이수 명령도 내렸다.
법원에 따르면 피해자 A(18)양은 12세이던 2010년 6월 당시 이모 B(45ㆍ여)씨의 남자친구였던 오씨로부터 첫 번째 성폭행을 당했다. 당시 이혼한 부모 대신 A양을 돌보고 있던 외할머니와 B씨는 이 사실을 알고도 “조용히 덮자”며 A양에게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합의서를 쓰게 했다. 덕분에 오씨는 같은 해 법원에서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고 석방됐다.
하지만 집행유예 기간이 끝난 뒤 B씨와 결혼한 오씨는 5년 뒤 고교생이 된 A양을 상대로 또 다시 성폭행을 저질렀다. 그는 지난해 3월부터 한 달 동안 네 차례에 걸쳐 A양을 성폭행했다. 그런데 오씨에게 경제적으로 의존하고 있던 이모 B씨와 외할머니는 신고를 망설였고, A양이 직접 경찰서를 찾아 성폭행 사실을 신고해야 했다. 설상가상 지난해 8월에는 성폭행 중 임신을 해 중절수술을 받기도 했다.
결국 오씨는 지난해 11월 법정에 섰지만 여전히 반성의 기미는 없었다. 오씨는 “성관계는 맺었지만 강제는 아니었다” “적극적으로 거부하지 않아 그렇게 됐다” 등 변명으로 일관했다. 지난해 12월 검찰이 오씨에게 징역 15년형을 구형하자 그는 그제야 범행을 뉘우친다는 반성문을 냈고, 이모 B씨도 재판부에 선처를 바란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냈다. 또 선고를 하루 앞둔 지난 달 28일 A양은 6년 전과 마찬가지로 “이모부의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내용의 합의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A양이 B씨와 외할머니에게 또 다시 합의를 강요당했다”고 주장한 변호인의 주장을 받아들여 합의서를 참작 요인에 포함시키지 않았다. 재판부는 “오씨는 12세에 불과했던 피해자를 성폭행해 처벌을 받았음에도 또 다시 같은 범행을 수 차례 저질러 임신에 이르게 했다”며 “피해자가 엄청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받았음에도 반성하는 기색이 없다”고 판시했다. 다만 법원은 검찰이 청구한 전자발찌 부착 명령에 대해서는 “재범 위험성이 있어 보이지만 장기간 복역하고 성폭력 치료프로그램을 수강하면 위험 정도가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기각했다.
재판부는 또 자살방조미수 혐의로 기소된 이모 B씨에게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B씨는 지난해 4월 경찰 수사가 시작되자 더 이상 정상적인 결혼 생활이 어렵다고 판단해 A양의 엄마인 언니, 남편 오씨와 함께 경북 김천시 추풍령휴게소에서 농약 2병을 나눠 마셨다. 이들은 “이모 부부가 자살하러 나간 것 같다”고 경찰에 신고한 A양 덕분에 고속도로 순찰대에 발견돼 모두 목숨을 건졌다. 재판부는 그러나 “남편의 범행으로 충격을 받았다고 하더라도 언니의 자살을 방조한 죄는 가볍지 않다”며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박주희기자 jxp93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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