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대에서 피아노 치는 것보다 말하는 게 더 떨리는 거 같아요. 공연도 마이크로 생중계 방송하면 더 떨리는 것처럼 마이크 울렁증이 있어요. 콩쿠르 끝난 후 한국 첫 무대인만큼 설레고 긴장됩니다.”
피아니스트 조성진(22)은 1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쏟아지는 질문을 시종일관 위트 있게 받아 넘겼다. “지난해 휴대폰까지 없애고 독하게 콩쿠르를 준비한 이유가 뭐냐”는 질문에 “실은 스마트폰을 도둑 맞아 2G폰을 마련한 것”일뿐이라며 “우승 직후에 스마트폰을 샀다”고 대답해 기자회견장의 열기를 식히기도 했다. 콩쿠르 내내 현란한 기교로 우아하고 기품 있는 연주를 선보이다 우승 직후 “엄청나게 떨었다”고 대답해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했던 면모가 포개졌다.
한국인 최초로 제17회 쇼팽 국제 피아노콩쿠르에서 우승한 조성진은 쇼팽 콩쿠르 수상자 갈라 콘서트 참석을 위해 한국을 찾아 이날 우승 후 첫 국내 간담회를 가졌다. 조성진은 2일 오후 2시 공연에서 녹턴 13번과 환상곡 작품번호 49번, 영웅 폴로네이즈 작품번호 53번을, 같은 날 8시 공연에서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바르샤바 필하노닉(지휘 야체크 카스프리크)와 연주한다. 2위 샤를 리샤르 아믈랭, 3위 케이트 리유 등 수상자들이 함께 한다.
조성진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승 후 제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 많은 관심을 받아 신기하기도 놀랍기도 했다”며 “(예상보다)더 좋은 연주회에서 많이 초청돼 부담도 있다”고 말했다. 최근 프랑스 클래식 기획사인 솔레아 매니지먼트와 계약한 조성진은 올해에만 산타체칠리아 음악원 오케스트라(지휘 발레리 게르기예프), 러시아 내셔널 오케스트라(미하일 플레트네프), 파리 오케스트라(토마슈 네토필)와 협연을 비롯해 수십 개의 연주 일정이 잡혀있다.
“(우승에)특별한 방법이 있다고 말하긴 힘듭니다. 쇼팽을 깊이 연구했고, 세계 유수 피아니스트의 다양한 해석을 들으려고 했습니다.” 우승 후 조성진이 소화한 쇼팽 콩쿠르 갈라콘서트는 약 20개. 콩쿠르 우승 전 한 인터뷰에서 가장 연주하기 까다로운 작품으로 쇼팽을 꼽았던 조성진은 이날 “쇼팽 레퍼토리를 주로 연주하다 보니 저만의 쇼팽을 조금씩 생각하게 됐고 확실히 곡을 더 깊게 이해하는 것 같다”면서도 “위험한 점은 똑같은 곡을 자꾸 연주하다 보면 매너리즘에 빠질 수 있다는 건데 그러지 않기 위해 연주 전에 악보를 반드시 다시 보고 새로운 기분을 느끼도록 노력한다”고 말했다.
우승 후 세계적인 클래식 레이블 도이치 그라모폰과도 전속 계약한 조성진은 “5년간 5장의 앨범을 내기로 계약했다”며 “첫 앨범은 쇼팽 피아노 협주곡 1번을 녹음하지만 두 번째 음반은 쇼팽 이외의 작곡가 곡을 연주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존경하며 닮고 싶은 음악가가 있느냐”는 질문에는 “피아니스트 라두 루푸를 존경하지만 롤모델은 없다”며 “저는 제 길을 개척할 것”이라고 당차게 말했다.
“콩쿠르 우승이 인생의 목표가 되는 건 너무 슬픈 거 같아요. 그건 제가 원하는 꿈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일 뿐이에요. 이제 22살인데…. 저는 지금 막 (연주인생이)시작된 걸요.”
이윤주기자 missle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