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석호(59) 아리랑TV 사장이 해외 출장에 가족을 동반해 초호화 식당을 이용하고 허위 영수증으로 회사에 비용을 넘긴 정황이 포착됐다. 매년 40억~60억원의 적자에 허덕이는 방송사 대표의 도덕적 해이에 비판이 쏟아지자 문화체육관광부가 즉각 감사에 착수했다.
1일 더불어민주당 최민희 의원실에 따르면 방 사장은 지난해 9월 미국 출장에 부인과 딸을 동반해 최고급 식당과 쇼핑몰을 이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당시 출장은 아리랑TV가 맡게 된 박근혜 대통령의 유엔 총회 연설 생중계를 준비하기 위한 공식 출장이었다.
방 사장은 도착 첫 날인 9월 24일 뉴욕의 철갑상어전문 음식점에서 한끼 식사비용으로만 930달러(약 112만원)를 썼다. 28일 저녁에는 뉴욕의 최고급 스테이크 음식점에서 516달러(약 61만원)를 지출했다. 모두 아리랑TV 법인카드로 계산한 비용이다.
방 사장은 추후 제출한 지출결의서에 유엔한국대표부 오준 대사 등 현지 외교관들과 식사를 하며 ‘유엔 내 아리랑TV 확대 방안’을 협의했다고 적었다. 하지만 해당 외교관들은 영수증에 찍힌 날짜에 방 사장과 식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최 의원은 방 사장이 지난해 5월에도 뉴욕에 혼자 출장을 가며 호텔 4인실을 잡았고 7일 간 숙박비로만 3,443달러(약 413만원)를 지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호텔에 머무는 내내 식사비로 한끼에 80만원 넘게 썼으며, 뉴욕에서 2시간이나 걸리는 노스캐롤라이나로 이동해 듀크대 졸업식을 앞둔 아들과 120만원이 넘는 식사를 하기도 했다.
아리랑TV측은 “모녀의 뉴욕 여행이 사장의 출장과 공교롭게 겹친 것”이라며 “출장 당시 지불한 모든 비용은 아리랑TV 유엔 방송에 관련된 내용”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아들과의 식사 비용을 법인카드로 지불한 사실을 뒤늦게 발견했다”고 해명했다.
최민희 의원은 “자체 재원을 마련하지 못해 매년 방송통신위원회로부터 기금을 지원받을 정도로 재정이 열악한 회사의 수장이 공금을 흥청망청 쓴 것은 범죄에 가깝다”며 “정부가 공공기관 부정부패 척결을 선포한 만큼 방 사장을 엄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도 논평에서 방 사장을 ‘세금도둑’에 빗대며 철저한 조사와 엄벌을 촉구했다.
한편 문체부 관계자는 이날 “사실관계 확인을 위해 아리랑TV에 조사관들을 보내 감사에 착수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조아름기자 archo120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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