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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대통령에 이어 총리도 ‘기승전- 테러방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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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끝뉴스] 대통령에 이어 총리도 ‘기승전- 테러방지법’

입력
2016.02.01 17: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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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인천공항 내 보안검색장을 직접 찾아 출입국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황교안 국무총리가 지난달 30일 인천공항 내 보안검색장을 직접 찾아 출입국 시스템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금일 예정된 국무조정실장 주재 차관회의가 국무총리 주재 장관회의로 변경됩니다.”

일요일인 지난달 31일 오전 10시. 국무총리실 대변인실 명의로 황교안 국무총리의 오후 2시 회의 일정을 새로 공지하는 한 통의 문자가 다급하게 날라왔습니다. 황 총리가 휴일도 마다하고 직접 열겠다고 밝힌 회의 주제는 ‘인천공항 보안강화 등 방안 마련을 위한 관계부처 장관회의’. 전날 황 총리가 최근 중국인과 베트남인의 밀입국 등으로 물의를 빚고 있는 인천공항을 직접 찾았던 만큼 현장점검 이후 후속 조치 차원으로 이해됐습니다.

실제 황 총리는 문제가 된 보안검색장 내 밀입국 경로를 직접 살피며 문제점을 파악하고, 보완대책을 지시하는 등 인천공항 보안 구멍 사태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현장에서 황 총리는 보안 문제뿐 아니라 수하물처리, 공항 경쟁력 제고, 설 연휴 특별 수송 대책 등을 일일이 보고 받으며 국정운영 총괄자로서 인천공항 사태 전반을 챙겼습니다. 법무부, 국토교통부, 국가정보원 등 관계부처 차관들을 불러 모아 총리 주재로 격상된 회의에서 보다 실효성 있고, 구체적인 대책이 나올 것이란 기대가 흘러나온 건 이 때문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막상 회의가 시작된 이후 황 총리의 발언 8할은 테러방지법에 맞춰져 있었습니다. 어제 인천공항을 다녀왔다는 것으로 말문을 열었을 뿐, 황 총리는 우리나라가 얼마나 테러 위험에 노출돼 있는지를 친절하게 설명하는 데 주로 공을 들였습니다. 이를테면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단체 가담자 적발사례와 테러협박사건 횟수 증가, 심지어 탈북을 가장한 테러 가능성까지 언급하며 위기감을 한껏 고조시켰습니다.

황 총리가 우리나라가 직면한 테러 위험에 대해 장황하게 열변을 토한 뒤 내놓은 마지막 해결책은 ‘테러방지법’이었습니다. 황 총리는 “국민 보호를 위한 대 테러 수단이 없는 법적 공백사태”고 규정하며 테러방지법의 통과를 촉구했습니다. 인천공항 보안 사태와 관련한 발언은 이후 출입국 관리 및 보안 강화 대책의 ‘추진’과 함께 공항 종사자들의 근무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하는 데 그쳤을 뿐입니다.

황 총리의 논리는 우리나라 국경 관문의 최전선인 인천공항의 보안에 구멍이 뚫리고, 이로 인해 테러 발생 위험성이 높아졌으므로 테러방지법을 하루 빨리 만들어야 한다는 겁니다. 마냥 틀린 말은 아닙니다. 그러나 정책 추진에는 우선순위라는 게 있습니다. 국민들은 당장 눈 앞에 터진 허술한 공항 보안 실태에 대해 왜 이런 어처구니 없는 일이 발생했고, 앞으로 정부는 어떻게 하겠다는 것인지가 더 궁금합니다. 테러방지법이 공항 보안실태 점검 회의에서 나올 핵심 대책이 될 순 없는 노릇이죠.

그러나 정부는 이 궁금증에 대해선 ‘범부처 공항 보안강화 종합대책을 조속히 마련해 시행하겠다’는 한 줄의 문장으로 갈음했을 뿐입니다. 그나마 내놓은 세부대책인 경보 시스템 도입과 보안사고 발생 업체 퇴출은 이미 유명무실하게 운영되는 제도이거나 사후 처벌 조항이지, 실효성 있는 사전 예방 대책으로 보기엔 미흡한 구석이 많습니다.

구체적으로 내놓은 대책이 빈약하다 보니 황 총리가 테러방지법 통과를 외치기 위해 부랴부랴 회의 주체를 격상시킨 것 아니냐는 뒷말이 나올 정도입니다.

사실 이 같은 ‘기승전-테러방지법’ 화법의 원조는 박근혜 대통령입니다. 박 대통령은 지난달 13일 신년기자회견에서 북한의 4차 핵실험으로 인한 국민들의 안보 불안감을 거론한 뒤, 갑작스레 북한과 IS의 국내 공격 가능성에 대비하기 위한 테러방지법안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습니다. 북한의 핵 도발에 대한 억제력을 한참 언급하다, 테러방지법으로 논의가 튀어나간 것이죠.

대통령과 총리가 틈만 나면 테러방지법 통과를 외칠 만큼 문제는 시급해 보입니다. 그러나 법안 통과의 열쇠는 결국 국회가 쥐고 있습니다. 여당과 야당은 수개월째 테러방지법안을 두고 컨트롤타워인 대테러센터를 국정원에 두느냐 마느냐, 정보수집권한을 국정원이 갖는냐 마느냐를 두고 옥신각신하고 있습니다. 야당은 기본적으로 여당 안 대로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정원의 권한이 지나치게 비대해져 국민의 기본권 제한과 프라이버시 침해 가능성이 높다고 반대하고 있습니다. 이 같은 우려에 대해 적지 않은 국민들이 공감하고 있는 만큼 이를 정부 여당이 해소시켜주지 않으면 테러방지법 통과는 요원해 보입니다. 무작정 법안을 통과시켜달라고 호소하는 시간에 차라리 법안 내용의 이견을 좁히려는 노력을 기울여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강윤주기자 kka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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