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민들에게 납치돼 성폭행당했다는 10대 러시아계 독일 소녀의 주장이 거짓말로 드러났다. 유럽 내 반(反)난민 정서에 불을 지피고 독일과 러시아 간 외교적 마찰로까지 이어졌던 성폭행 논란이 결국 해프닝으로 마무리된 것이다.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리자’로 알려진 13살의 러시아계 독일 소녀는 지난 달 11일 베를린에서 실종됐다가 30시간 가량 뒤에 집에 돌아와 중동이나 북아프리카계 난민 3명에게 끌려가 성폭행을 당했다고 말했지만, 경찰과 검찰 조사 결과 거짓으로 확인됐다. 현지 검찰 대변인은 “전문가들이 조사를 시작한 지 사흘 만에 ‘성폭행당했다는 얘기는 사실이 아니다’는 자백을 받았다”고 전했다.
독일 수사당국에 따르면 이 소녀는 학교에 가기 싫어 19살 독일인 남자친구 집에 머물렀던 것으로 확인됐다. 또 터키계 성인남성 2명과 자발적으로 성관계를 가진 사실도 드러났다. 경찰은 자발적인 성관계를 14세부터 허용한 현행법에 따라 터키계 남성들을 미성년자 성폭행 혐의로 입건했다.
13살 소녀의 거짓말 해프닝은 그러나 정치ㆍ사회적 파장이 컸다. 특히 사건 초반에 독일 경찰이 “성관계가 강제에 의한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밝히자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관계가 악화한 러시아가 이를 공식적으로 문제삼고 나섰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모종의 이유로 사건이 은폐됐다”며 독일을 맹비난했다. 그러자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교장관은 “정치적 선전으로 상황을 악화시키지 말라”고 반박했다. 거짓말 해프닝은 난민 반대 정서를 더욱 확산시키는 계기도 됐다.
양정대기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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