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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착하다 깨진 첫사랑 떠올리며 연기했어요"

입력
2016.02.01 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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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경수는 "아직 표현력이 부족하지만 눈 연기는 좋다는 평을 듣는다"며 "눈으로 이야기 해보자는 생각으로 연기한다"고 말했다. 이정현 인턴기자
도경수는 "아직 표현력이 부족하지만 눈 연기는 좋다는 평을 듣는다"며 "눈으로 이야기 해보자는 생각으로 연기한다"고 말했다. 이정현 인턴기자

아이돌그룹 출신 남자 배우들은 공통점이 있다. 여느 배우보다 빼어난 외모라 할 수 없는데 눈이 유난히 빛난다. 무대에서의 정열적인 춤사위를 떠올리게 한다. 강한 눈빛엔 종종 연기에 대한 의욕이 담겨 있다. 인기 그룹 엑소에서 디오로 활동 중인 배우 도경수도 마찬가지다. 눈동자에 에너지가 가득했다. 아이돌그룹 출신 배우들의 눈빛 조도가 평균 1,000룩스 정도라면 도경수는 1,500룩스라고 할까.

영화 ‘순정’의 개봉(24일)을 앞두고 1일 오전 서울 팔판동 한 카페에서 만난 도경수는 진지했다. 조심스러운 말투 안에 연기에 대한 강한 의지가 엿보였고, 아이돌그룹 출신 특유의 성실함이 배어났다. 그는 “촬영 중 (제 연기에 대해)아쉬웠던 점이 많았는데 영화가 기대보다 잘 나와 놀랐다”며 “특히 사투리를 걱정했는데 많은 분들이 잘했다고 칭찬해줬다”고 말했다.

‘순정’은 남녀 고교생 다섯의 사랑과 우정을 전남 고흥군 외딴 섬을 배경으로 펼친다. 순정 어린 행동이 치기로 이어지고 결국 비정으로 마감하게 되는 과정이 담백하게 전개된다. 고교생들의 미래 모습을 맡은 박용우와 김지호, 이범수 등의 노련한 연기와 함께 도경수, 이다윗, 김소현, 연준석 등의 풋풋한 몸동작이 조화를 이룬다.

도경수는 장애를 지녔으나 해맑은 소녀 수옥(김소현)을 연모하는 17세 고교생 범실을 연기했다. 수옥을 업고 다니며 연정을 어렴풋이 드러내다가도 잠재적 연적을 향해선 적의를 발산하는 순정한 청춘이다. 어촌 고교생의 이미지는 그가 전작 ‘카트’에서 연기했던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을 연상케 한다. 도경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는 대중이 생각하는 엑소가 아닌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 욕심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무대와 다른 이미지의 캐릭터를 우선적으로 고르기보다 시나리오를 읽고 이 사람을 연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 작품을 선택한다”고 밝혔다.

영화 속 배경처럼 촬영도 고흥군에서 석 달 동안 이뤄졌다. “여러 차례 태풍이 왔는데 한 번은 촬영장 밥차가 날아갈 정도로 강력했다”며 “악천후 때는 동료 남자배우들과 숙소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고민을 털어놓았다”고 말했다. “주연이라는 단어가 부담스러웠으나 친구들과 즐겁게 놀면서 촬영”할 수 있었던 이유다.

서울 근교 신도시에서 자란 23세의 이 청년은 17세 섬 청소년 연기를 위해 “고교시절 연애 감정을 가장 많이 생각했다”고 말했다. “지나치게 집착하다 깨져버린 첫사랑”의 아픈 기억을 범실의 감정에 대입한 것. 도경수는 “지금 아니면 17세 순수한 모습을 담은 멜로를 언제 찍겠냐 생각하며 촬영에 임했다”고 덧붙였다.

여성 관객들이라면 영화를 보며 가장 가슴 설렐 장면은 범실이 수옥이 받쳐든 우산에 키스하는 모습일 것이다. 도경수는 “영화에서라도 평소 못하는 걸 해보고 싶었는데 (제대로 된 키스를 못해) 아쉬웠다”고 능청을 떨었다. 그러면서도 바로 모범생 모드로 한마디 했다. “상대배우(김소현)가 여섯 살 아래여서 아예 (입술에 키스할) 욕심이 없었습니다.”

도경수는 배우 조인성, 이광수 등과 친한 사이라고 했다. “시나리오가 들어오면 함께 만나 서로 돌려본 뒤 시나리오와 배역에 대한 조언을 주고 받는다”고 말했다.

“형들이 각자 개성이 있고 생각도 달라 이야기를 듣다 보면 많은 도움이 돼요. 이번 영화도 형들이 시나리오가 매우 좋다고 말해줬어요. 시나리오처럼만 영화가 나오면 많은 분들이 사랑해줄 거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라제기기자 wender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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