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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It's a shame! (안됐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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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귀열 영어] It's a shame! (안됐네요)

입력
2016.02.01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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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불만을 토로하면 상담원은 사과부터 한다. ‘그렇게 느끼셨다면 죄송합니다’라고 분명 사과를 하는데 왠지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 이 문장은 ‘~하다면’의 조건이 수반된 사과 (if apology)이기 때문이다. 영어에서도 이와 같은 말이 종종 문제를 일으킨다. ‘I am sorry you feel that way’ ‘I’m sorry if you feel that’ 문장이 그 예다.

소위 ‘사과 발언 같지만 진정한 사과가 아닌’(non-apology apology, nonpology) 발언의 바닥에는 실수를 인정함으로써 책임을 져야 하는 부담을 회피하려는 것이 있다. 일본이 한국의 위안부(comfort women) 문제를 놓고 긴 세월 이리 피하고 저리 피하며 ‘사과 아닌 사과’ ‘사과 같지 않은 억지 사과’의 표현을 하는 것도 좋은 예다. 표현의 언어가 말장난처럼 들리는 것도 사과 발언을 하는 사람의 책임회피(Diffusion of responsibility) 전략 때문이다. 그래서 apology 용어를 쓰는 대신 ‘유감이다’는 말이 등장하는 것이고 그 표현 중에는 ‘It’s a pity’가 자주 나오고 좀 더 적극적인 ‘We are sorry’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영어의 ‘It’s a pity that ~’ 어구는 Dutch나 German 버전에서 더 자주 듣게 되는 말이고 현대 영어에서 ‘It’s a pity’ 어구는 갈수록 사용 빈도가 줄어든다. 어쩌다 듣는 말도 ‘for pity’s sake’ 어구 등이다. 대신 ‘It’s a shame that you missed your flight.’ 표현은 unfortunately와 비슷하고 ‘It’s too bad that ~’과 ‘It is a shame that ~’어구는 우리말의 ‘안타깝다, 안됐다, 불행이다’의 뜻과 같은 것이다. 가령 ‘오늘 비가 와서 소풍이 연기됐다’(Our picnic got rained out)고 말할 때 맨 앞에 ‘It’s a pity’나 ‘It is a shame’을 덧붙이면 된다. 다만 ‘It’s a pity that he couldn’t make it to your party.’처럼 말하면 다소 구식 영어처럼 들리고 미국에서는 이런 경우 ‘It is shame that you lost your job.’처럼 말한다. 사전에서는 shame을 ‘치욕 창피 체면’으로 소개하지만, 실제 쓰이는 용례와 뜻을 보면 이는 ‘It’s too bad’이나 ‘It’s unfortunate’ 의 뜻과 같은 의미로 쓰인다.

참고로 우리말의 ‘안타깝다’는 말은 당사자가 하는 말이 아니라 제3자가 남을 동정하는 말이다. 세월호 사고로 수백 명이 목숨을 잃었는데 정부나 대통령이 남의 일에 동정을 하듯 ‘안타깝다’고 표현한 것은 매우 부적절한 표현이었다. 내 자식이 교통사고로 죽었는데 어느 부모가 ‘It’s a pity’라고 말하겠는가. 좀 더 심하게 ‘Tough luck!’ (운이 없어서 그래) ‘Deal with it’(그냥 받아들여야지) 같은 말을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사과와 동정 연민의 표현은 그 깊이만큼이나 적절한 표현법이 나와야 진정성을 인정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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