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글맘 S씨는 2013년 김모씨를 만나 결혼을 약속했다. 김씨에게는 여자친구 Y씨가 있었지만 자신을 더 사랑한다고 믿은 S씨는 그 해 12월 Y씨에게 카카오톡 메시지를 보냈다. “제가 당신 남자친구와 결혼할 것이니 헤어져 주세요.” 김씨의 여자친구는 태연하게 답했다. “제가 남자친구에게 빌려 준 2,000만원을 대신 갚으시죠.”
S씨는 다음날 김씨의 전 여자친구에게 1,000만원을 보내주고 ‘나머지 1,000만원은 다음 달 말까지 주겠다’는 각서를 써줬다. 이듬해 1월 초 500만원을 더 송금했다.
그로부터 한 달여 뒤 반전이 생겼다. 전 여자친구 Y씨가 “우리 다시 만나기로 했다”는 재결합 메시지와 함께 사진을 S씨에게 보낸 것이다. S씨가 대신 갚겠다고 써준 각서를 갈가리 찢은 사진도 함께 전송됐다.
그러나 Y씨는 S씨에게 계속 폭언을 퍼부으면서 돈을 갚을 것을 요구했다. ‘딸 학교 홈페이지에 글을 쓰겠다. 딸이 얼굴도 못 들고 다니게 하겠다’고 협박하더니 아예 S씨를 상대로 “나머지 돈을 갚으라”는 소송을 걸었다.
이에 S씨도 폭언과 협박으로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며 맞소송을 냈다. 한 남자의 ‘양다리 걸치기’가 낳은 사달은 결국 두 여인의 법정싸움이 됐다.
1심은 두 여자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Y씨가 각서를 찢은 것은 돈 받을 권리를 포기한 것이라고 봤고, Y씨의 폭언과 협박에 대해선 돈을 받지 못한 사정을 참작하면 불법행위 책임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S씨의 손해배상 요구 역시 받아들이지 않았다.
하지만 항소심은 S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항소1부(부장 한숙희)는 “Y씨는 S씨에게 위자료 200만원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고 1일 밝혔다. 재판부는 “S씨에게 용인할 수 있는 정도를 넘는 심한 욕설을 하거나 딸에게 위해를 가하겠다고 해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말했다. 다만, S씨도 폭언으로 맞선 점 등을 고려해 청구액 500만원 중 일부만 인정했다.
손현성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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