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1일 경기도 고양 킨텍스에서는 천정배 의원이 이끄는 국민회의의 경기도당 창당대회와 중앙당 창당대회가 연거푸 열렸습니다. 국민회의는 지난 25일 안철수 의원이 창당 중인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하고 당명도 '국민의당'을 쓰기로 합의하면서 곧 사라질 운명입니다. 그런데도 이날 국민회의가 창당대회를 두 차례나 개최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이는 '합당'의 법적인 요건을 갖추기 위한 것입니다. 정당법(제19조)에 의하면 합당은 통합을 결정한 정당들이 선관위에 신고하면서 이뤄집니다. 그런데 정당(동법 제4ㆍ17ㆍ18조)은 각 1,000명 이상의 당원을 가진 시ㆍ도당을 5개 이상 창당한 후 중앙당을 창당하고 이를 선관위에 등록하면서 정식으로 성립됩니다. 정당이라는 ‘집짓기’를 법적으로 완료해야 합당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요, 창단준비위원회 등 정당 성립 이전의 세력은 법적으로 정당이 아니며, 합당의 대상 역시 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그렇다면 정당법이 정하는 합당의 효력은 무엇일까요? 두 정당이 합당을 하면 기존 당의 권리와 의무가 합당한 당으로 승계됩니다. 당원, 자산, 당직자 등이 자연스럽게 옮겨간다는 것이지요. 달리 말하면 정당 성립 이전의 세력이 통합될 경우에는 이러한 효력이 발생하지 않습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부분은 '당원'인데요, 합당 시에는 기존 당의 당원이 합당한 당의 당원으로 자연 승계되지만, 아닐 경우에는 승계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입당 원서를 다시 받아야 한다는 것이지요.
국민회의는 이날 다섯 번째 시도당인 경기도당 창당 및 중앙당 창당을 완료하면서 정식으로 정당을 출범시켰습니다. 그리고 탄생 사흘째인 오는 2일 국민의당과 '합당' 작업에 들어가며 조만간 소멸하게 됩니다. 수많은 정당이 명멸한 우리 헌정사에 아마 3일짜리 정당은 처음일 겁니다. 그러나 만 명에 달하는 소속 당원이 고스란히 국민의당으로 승계되면서 향후 당의 의사결정 과정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고 그만큼 지분도 주장할 수 있게 됩니다. 국민회의가 곧 사라질 운명에도 불구하고 상당한 비용을 들여 이날 집짓기를 완료한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대도시 체육관의 반나절 대관비용만 3,000만~4000만원에 이르고 부대비용은 그보다 더 많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를 감수하고도 남을 만한 급부가 기대된다는 것이지요.
반면 지난 27일 국민의당과 통합을 선언했던 박주선 의원의 통합신당은 국민회의와는 상황이 조금 다릅니다. 현재까지 두 개 시도당 창당대회를 마치고 창당준비위 단계인 통합신당은 더 이상 창당대회를 진행하지 않고 국민의당과 통합할 예정입니다. 집짓기가 덜 된 상태이므로 ‘합당’이 될 수 없고 통합신당의 당원도 국민의당으로 승계되지 않게 됩니다. 때문에 통합신당은 2,000명 소속 당원으로부터 국민의당 입당 원서를 다시 받는다는 계획입니다. 결국 국민회의와 통합신당이 겉으로는 국민의당에 흡수되는 비슷한 형태를 띠지만, 내부적으로 자격 차가 현격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그런데 이러한 정치공학적 계산을 떠나 달리 생각해볼 지점도 있습니다. 정당의 출현과 소멸 현상 자체에 대해서입니다. 야권 분열이 시작된 지난 연말 이후 천정배 박주선 의원, 박준영 전 전남지사 등 야권 정치인들이 독자정당 조직에 나섰습니다. 물론 의회민주주의와 정당정치체제의 대한민국에서 다양한 정당이 출현해 정강과 정책을 겨루는 것은 원칙적으로 바람직한 현상입니다. 그러나 총선을 앞두고 동시다발적으로 탄생한 이들 1인 정당들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이 많았습니다. 통합 시 지분, 공천 다툼을 염두에 둔 몸집불리기용 집짓기라는 비판입니다. 실제로 이들 정당은 제대로 정책 제시 한번 못해 보고, 심지어 출범조차 하지 못한 채 다른 정당에 통합되는 수순을 밟고 있습니다. 정치권에 반짝 들고 나는 정당들을 보며 씁쓸함을 지울 수 없는 이유입니다.
송은미기자 mys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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