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보다 맥주가 혈당에 더 나쁜가요?
요즘은 이런 질문을 하시는 분이 적지만 예전에 비교적 자주 들었던 질문입니다.
알코올과 혈당의 문제는 사실 간단히 결론을 내릴 수가 없고 아직도 연구가 더 필요한 분야입니다. 하지만 어려운 분야까지 의료인이 아닌 일반인이 알 필요는 없고 단순화해서 말씀을 드려 보겠습니다.
혈당을 비롯한 건강의 문제에서 술의 종류 보다 더 중요한 것은 '얼마나 많이 마시냐?'입니다. 소주·맥주·와인 혹은 막걸리 중 어느 것이 더 좋다는 것은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고 '얼마나 많이 마시느냐?'가 중요합니다.
'술을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말은 많이 들어 보셨을 겁니다. 그럼 '적당히'란 몇 잔을 말하는 걸까요? 미국당뇨병학회에서 권고하는 음주량은 남자는 2잔, 여자는 1잔입니다. 소주 혹은 맥주를 떠나서 2잔 정도 마시는 것은 혈당이나 심혈관질환(협심증이나 뇌졸중)의 예방에 도움이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물론 2잔 까지만 괜찮고 3잔부터는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략 이 정도를 마시는 것이 좋다는 뜻 입니다.
그런데 한국의 음주문화에서 볼 때 이 정도만 드시는 분들은 거의 없습니다. 술을 드시는 분들은 보통 1병 내지 2병이고 술을 안 드시는 분들은 대개 한 잔도 안마입니다. 하루에 2잔씩 마시면 일주일이면 14잔 입니다.
하루에 2잔씩 마시는 분을 별로 없고 일주일에 하루를 14잔을 마셔 버리는 분이 많습니다.
전자는 건강에 도움이 되지만 후자는 건강에 매우 해롭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알코올과 혈당을 언급할 때 가장 중요한 문제는 저혈당 입니다. 술을 많이 드신 다음날 새벽에 저혈당이 올 위험이 매우 높습니다. 간이 알코올을 처리하는 동안에는 본연의 업무를 못하게 됩니다.
간의 중요한 업무 중 하나는 식사 후 4시간 이상 지났을 때 뇌에 필요한 당을 만들어 내는 일입니다. 술을 처리하느라고 당을 못 만들어내면 저혈당이 올 수 있습니다.
저혈당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술을 마실 때 적당량의 식사를 꼭 해야 합니다. 술만 마시는 것은 저혈당 때문에 매우 위험 합니다.
그런데 한국의 음주문화에서는 저혈당은 비교적 소수에 해당하는 문제이고 더 문제가 되는 것은 과음이 대부분 과식을 동반한다는 사실입니다.
외국인 특히 서양인들은 술 자체를 즐기는 분들이 더 많다면 동양인 특히 한국인들은 과다한 안주를 꼭 먹는다는 것입니다. 과다한 음주는 절제력을 없애 버리고 폭식을 유발합니다. 당뇨환자가 폭음과 폭식을 한다면 얼마나 해로울지는 의사가 아니더라도 너무 잘 아실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과음과 과식은 인간의 몸에 큰 충격을 줍니다. 이러한 충격을 젊을 때는 어느 정도 잘 흡수할 수도 있겠지만 연세가 드신 다음에는 뇌졸중 등의 큰 사고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당뇨병 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뇌졸중 등의 대혈관합병증을 예방하는 것이라는 것은 이미 말씀 드려서 잘 아실 것입니다. 음식과 마찬가지로 술도 적절히 즐긴다면 건강과 삶을 윤택하게 할 수 있지만 절제력이 없이 휩쓸린다면 그 결과는 불행한 합병증이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최일훈 원장은 대전 '새서울내과 영상의학과 의원' 원장으로 가정의학과 전문의다. 주 진료과목은 전반적인 당뇨.
채준 기자 doorian@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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