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배우조합상(SAG) 시상식에서 흑인 배우들이 대거 수상자로 선정돼 2년 연속 백인 일색의 후보를 지명해 비판을 받고 있는 아카데미상이 머쓱해졌다. 미국 최대 독립 영화제인 선댄스 영화제에서도 흑인 노예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 대상을 석권했다.
흑인 배우들은 배우조합상의 주요 부문들을 휩쓸었다. 이드리스 엘바는 영화 ‘비스트 오브 노 네이션’으로 남우조연상을 수상한데 이어 ‘루터’로 TV영화 미니시리즈 부문 남우주연상을 받아 2관왕의 기염을 토했다. 여배우 퀸 라티파는 TV영화 미니시리즈 여우주연상, 비올라 데이비스는 TV드라마 시리즈 여우주연상, 우조 아두바는 TV코미디 시리즈 여우주연상을 받았다.
아카데미상 후보 20명에서 제외됐던 엘바는 2관왕에 오른 뒤 “인종 다양성 TV에 온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밝히며 아카데미상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데이비스도 “배우이면서 예술가인 우리는 시상식 일부가 될 자격이 충분하다 생각하며, 오늘 밤 입증됐다”고 속내를 털어놨다.
조베스 윌리엄스 배우조합상 시상식 조직위원장은 “진짜 세계를 시상식에 반영하기 위해 힘을 기울였다”며 “다양한 인종이 섞인 후보자와 시상자를 보면 이를 알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일간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이날 밤 최고 승자는 인종 다양성이고 오스카도 이를 수용해야 한다”는 제목의 기사에서 “배우조합상이 시상식 무대 앞뒤에서 인종 포용적인 면을 강하게 보여줬다”고 보도했다.
미국 배우조합상은 영화와 TV에서 활동하는 배우 11만6,741명의 투표로 수상자를 결정한다. 아카데미상도 제작자, 배우 등 영화계 종사자 6,000여명의 투표로 수상자를 확정하나 투표 회원이 고령의 백인 남성에 지나치게 많아 ‘인종 차별적’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한편 이날 신인 감독의 등용문으로 불리는 선댄스영화제에서도 흑인 노예의 반란을 다룬 영화 ‘국가의 탄생’이 극영화부문 관객상과 심사위원대상을 받았다.
정지용기자 cdragon25@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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