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서점에서 책을 사면 책값을 15% 할인해준다며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문화융성카드’라는 것을 내놨다. 문체부 출판인쇄산업과는 27일 이 카드 출시를 안내하는 보도자료에서 “1호 카드의 주인공은 문체부 김종덕 장관”이라며 장관이 책 두 권을 산 뒤 “정가로 3만3,000원을 결제했지만 문화융성카드의 15% 환급(캐시백) 혜택을 받아 4,950원을 추후에 결제 계좌로 입금 받게 되었다”고 소개했다. 환급액은 비씨카드가 중소서점 활성화 지원을 위해 전액 부담한다는 설명도 붙어 있었다.
처음 이 자료를 읽었을 때, 망해 가는 동네서점도 살리고 책값도 할인해주는 이 좋은 카드로 왜 책을 두 권밖에 사지 않았을까 궁금했다. 골목상권을 살린다며 딸과 함께 동네서점에 들러 책 9권을 샀다는 어느 나라 대통령처럼 장관도 10권 정도 사면 좋지 않았을까.
며칠 지나 그 이유를 한국서점조합연합회 인터넷 홈페이지에 올라 있는 자료를 보고 알았다. 이 카드는 동네서점에서 책 구입 때 무제한 15% 할인해 주는 카드가 아니었다. ‘전월 이용 실적 10만원 이상 시 월 1회, 30만원 이상 시 월 2회’에, 할인 한도도 건당 5,000원까지라는 조건이 붙어 있었다. 전달 카드이용실적 30만원을 채워도 할인 받을 수 있는 금액은 최대 1만원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월 2회라는 조건까지 붙으니, 15% 할인 혜택을 온전히 누리려면 한 번에 3만3,000원(환급액 4,950원)씩 두 번 책을 구입해야 한다. 한꺼번에 6만 원어치를 사거나 1만5,000원짜리 책을 네 번 사도 환급액은 반 토막이 된다. 물론 문체부 보도자료에는 없던 내용이다.
문체부 자료를 그대로 전한 언론 보도를 본 뒤 좋아라며 카드 신청하려던 사람들은 “책 사면 15% 할인해준다길래 당장 만들어야지 했는데 할인 조건은 감춰져 있네. 이름이 어쩐지 창조경제스럽다 했더니” “도서정가제 보완한답시고 이렇게 부실한 정책 내놓을 거라면 아예 정가제를 하지 말던가” 등의 불평을 터뜨리고 있다. 문체부는 이런 카드로 정말 동네서점에 힘을 보태고 독서 증진에 문화 융성까지 가능하다고 믿는 것일까.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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