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도심 학생 수요 예측 빗나가
뒤늦게 학급 증설 등 땜질 처방
교실난 등 교육 인프라 태부족
약품 냄새나는 과학실서 수업
양호실ㆍ화장실 등 이용도 불편
세종시 신도심에 사는 A(37ㆍ여)씨는 초등학교에 다니는 두 아이를 생각하면 속이 터진다. 교실이 아닌 특별활동실에서 일반 교과 수업을 받고, 급식도 10여분 만에 허겁지겁 마쳐야하는 자식들 때문이다. A씨는 “교실이 부족해 아이가 과학실에서 약품 냄새를 맡으면서 공부했어요. 애들이 어려서 식사 속도가 늦다 보니 가뜩이나 부족한 시간에 쫓겨 눈칫밥을 먹기 일쑤예요. 학급을 늘리면서 급식실은 안 늘려 각 학년과 반이 번갈아 가면서 밥을 먹기 때문이죠”라고 말했다.
신도심 초등학교 학부모인 B(39ㆍ여)씨는 양호실과 화장실에 대한 불만을 토로했다. B씨는 “아이가 다쳐 양호실에 갔는데 줄을 서서 한참 기다렸다 길래 학교에 알아보니 학생이 많은 탓에 가끔 그런 일이 있다”며 시큰둥했다고 말했다. B씨는 화장실, 특히 여자화장실에 화장지가 금방 쌓이고, 계속 냄새가 많이 난다는 아이의 말을 듣고 깜짝 놀랐다. 그는 “학교에 얘기했더니 ‘청소원이 2명 밖에 없어 그렇다. 화장실을 깨끗하게 사용하도록 교육시켜달라’는 말이 돌아왔다”며 “청소원을 늘리겠다는 얘기를 기대한 내가 바보였다”고 말했다.
초등학생 자녀를 둔 C(39ㆍ여)씨는 얼마 전 황당한 얘기를 들었다. 모 초등학교가‘안전한 학교’에 선정됐는데 학교장이 이를 자진 반납했다는 것이었다. C씨는 아이들이 많아 크고 작은 안전사고가 생기는 걸 의식해 그랬다는 얘기를 듣고 아연실색했다.
학교 증축 과정에서 하자가 생겨 어린 학생들이 고생하는 일도 잇따랐다. 학부모 D(43)씨는 “모 초등학교에선 4층 복도 천장에서 물이 새는 등 제가 아는 것만 최소한 학교 두 곳에서 증축 후 누수가 생겨 한 달 이상 아이들이 고생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좋은 교육 환경을 기대해 이주했다가 후회하는 학부모도 생기고 있다”며 “스마트 교육을 한다고, 교육환경이 정말 좋다고 해 왔는데 지금은 누가 온다면 말리고 싶다”고 말했다.
세종시 신도심 초등학생들이 교실난 등 교육 인프라 부족으로 신음하고 있다.
행정도시건설청의 학생 수요 예측이 빗나갔기 때문이다. 세종시교육청의 요구로 뒤늦게 학급을 대폭 증설하고, 계획에 없던 학교도 잔뜩 신설했지만 일부 학교의 시설난은 여전하다.
31일 시교육청에 따르면 1생활권 19개 초ㆍ중ㆍ고는 개교 당시 총 559학급(19개교ㆍ특수학급 포함)이었지만 현재 869학급으로 310학급이나 늘었다. 개교 때보다 무려 절반 이상(55%) 증설된 것이다.
1, 2, 3 생활권에는 계획에 없던 학교도 17곳이나 신설됐다. 1생활권에는 이미 유치원과 초등학교, 고등학교 각각 2곳, 중학교 1곳 등 7곳이 추가 개교됐다.
학교 대란은 건설청이 지구단위계획 수립 시 수요 예측을 잘못했기 때문이다. 건설청은 당초 학생유발률(세대당 학생비율)을 0.17로 잡았다. 시교육청이 학교 부지 추가 공급을 요청했지만 건설청은 회의적이었다. 그러다 시교육청이 설문조사를 통해 현장의 학생유발률(0.316)을 제시하자 뒤늦게 학교 부지를 내줬다. 그나마 시교육청이 요구한 규모(13개 부지)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5개 부지가 전부였다. 주택용지로 부지를 내줬고, 향후 학생수 감소에 따른 폐교 우려도 있다는 게 이유였다. 건설청은 일부 공동주택부지(1만1,824가구)의 공급을 보류하겠다고도 했다.
학급 증설과 학교 추가 신설로 숨통은 텄지만 일부 학교는 여전히 시설 부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아름초는 일부 특별활동실을 일반교실로 활용하고, 학급도 20개나 늘렸지만 여전히 교실 등 시설이 부족하다. 올해는 신입생이 졸업생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여 학급당 정원은 교육청 기준(25명)을 크게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학교 측은 지난달 중순께 예비 학부모들에게 이런 내용의 ‘2016학년도 학급배정(안)’을 안내했다.
도담초도 올해 신입생이 많아 일부 특별활동실을 교실로 활용하고, 교실 사이에 있는 아이들의 여가 공간도 교실로 리모델링 하는 것을 검토 중이다.
세종시의회는 최근 이런 문제점을 인식, 제1생활권(아름동) 적정규모학교 조성 방안 마련을 위한 토론회를 열었다. 토론회에서 세종시교육청이 내놓은 자료를 보면 1-2생활권 초등학교 학생유발률은 0.381에 이른다. 같은 권역의 아름초는 0.457이나 된다. 1-4생활권은 0.276이다. 같은 권역 도담초는 0.388로 나타났다.
시교육청은 학생 분산을 위해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학교를 묶어 공동학구를 지정했지만 학부모들은 학교 신설을 요구하고 있다.
백종락 세종안전한등교학부모모임 대표는 “유치원생 현황을 보면 올해부터 초등학교 신입생은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며 “증축이나 증원이 아닌 학교 신설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다”고 말했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현재로선 추가 학교 신설은 힘들다”며 “예비소집 등을 거쳐 공동학구로 분산되는 학생 현황을 지켜본 뒤 각 학교들과 방안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최두선기자 balanced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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