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국무부가 아이오와 코커스를 코앞에 두고 힐러리 클린턴 전 국무장관의 아킬레스 건을 터뜨렸다. 힐러리가 국무장관 재임 당시 사용한 개인 이메일에서 ‘1급 비밀’을 발견했다는 국무부 발표에 힐러리 캠프는 최대 위기에 직면한 분위기다. 정보기관이 벌써부터 공화당에 ‘줄서기’를 하고 있다는 논란도 가열되고 있다.
미 국무부는 29일(현지시간) “클린턴 전 장관의 이메일에 대해 정보공개청구 요청이 들어왔고, 이메일 중 22건(37쪽 분량)에 대해 공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존 커비 국무부 대변인은 “(비공개 대상 22건 이메일이) 1급 비밀 범주에 해당하는 내용을 포함하고 있어 비밀 등급을 상향 조정 중”이라고 비공개 사유를 밝혔다. 다만 “발송 당시에는 기밀로 분류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2009년부터 2013년까지 국무 장관으로 재임한 힐러리는 재임 중 개인 이메일 서버를 만들어 사용하면서 장관 업무 및 비밀 문서들을 사설 서버로 주고 받았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하지만 힐러리는 “기밀 문서를 사설 이메일로 주고받지 않았다”고 반박해 왔다.
국무부의 이번 발표에 대해 힐러리 캠프 측은 “메일 발송 당시 기밀로 분류되지 않았다”는 점을 들며 “큰 문제가 없다”라며 방어에 나섰지만, 사법당국과 정치권은 이번 사안을 대선 최대 쟁점으로 끌어올릴 태세다. 일각에서는 ‘힐러리 기소론’까지 나오고 있다. 당장 폭스뉴스는 “클린전 전 장관의 개인 이메일 서버에서 ‘극비’를 넘어서는 수준의 정보가 발견됐다”며 기소 가능성을 거론했다. 또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경선 후보는 “그런 나쁜 판단력을 가진 사람이 어떻게 우리의 다음 대통령이 될 수 있겠는가”라고 했고 마르코 루비오 상원의원도 “그가 대통령이 된다면, 그의 첫 행동은 자신에 대한 사면이 될 것”이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무엇보다 국무부 발표 시점을 두고 미묘한 전운이 감돌고 있다. 아이오와 코커스를 불과 사흘 앞둔 민감한 시점에 발표한 것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의 승인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것이라는 관측과 함께 힐러리 입장에서는 현직 대통령의 지지를 받지 못하는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기소까지 진행될 경우, 최종 기소 여부 결정은 대선 본선이 한창 진행중인 오는 7월 이후 나올 것이라는 게 대체적인 전망이다.
힐러리가 민주당 후보로 지명된다면 기소 여부와 상관없이 ‘이메일 스캔들’은 그의 꼬리표가 돼 공화당 측의 공격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가 기밀을 함부로 다룬 공직자’라는 부정적 이미지는 물론, 이메일 관련 최측근 참모들이 기소될 경우 타격은 더욱 커진다. 강주형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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