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서 보니 사죄의 마음 저절로 생겨”
일부 단체 회원들 참배 막고 당직자와 몸싸움
봉하마을서 권양숙 여사는 덕담으로 환대
“총선서 최선 다해 보자. 뭔가 보인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이 31일 광주 국립 5ㆍ18 민주묘지에 무릎을 꿇고 ‘광주’와 화해에 나섰다. 더민주에 대한 광주의 민심은 여전히 싸늘했다. 광주는 문재인 전 대표가 작년 11월 이후 몇 차례 방문을 시도했으나 번번히 퇴짜를 놨었다.
김 위원장은 첫 지방일정으로 광주를 1박2일 방문했다. 이날 오전 10시에는 이종걸 원내대표와 박영선 우윤근 비대위원 등 새 지도부와 함께 광주 망월동 5ㆍ18민주묘지에 들어섰다. 하지만 미리 대기하고 있던 5ㆍ18 정신실천연합 회원 20여명이 김 위원장의 국가보위비상대책위원회(국보위) 참여 전력을 문제 삼아 “전두환 앞잡이 김종인은 물러나라”며 참배를 막아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의 소동에 김 위원장은 20여분 후에야 참배할 수 있었다. 참배하는 동안에도 묘역 한 켠에서는 “김종인만 빼고 하랑게”라는 통곡이 들렸다.
김 위원장은 이어 ‘임을 위한 행진곡’탄생의 배경인 윤상원ㆍ박기순 열사 묘 앞에서 한동안 무릎을 꿇었다. 그는 “광주의 상황을 와서 보니 제가 사죄의 말씀을 드려야겠다는 마음이 저절로 생겨난다”고 거듭 사과의 뜻을 밝혔다. 별명이 독불장군일 만큼 마음을 쉽게 바꾸지 않는 그가 5일 새 세 차례나 사과한 것이다. 지난 27일 첫 비대위 회의에서 처음 사과한 김 위원장은 30일 5ㆍ18 유족회 등과의 간담회 때도 사과했다.
김 위원장의 잇단 사과는 당의 안정을 위해선 호남 민심 보듬기가 최우선 과제라는 판단이 배경이다. ‘문재인 체제’가 흔들리고, 더민주가 분당 사태에 빠진 데는 호남의 민심이반이 결정적이었다. 문 전 대표는 민심을 달래려 수 차례 광주를 찾으려 했지만 그때마다 역풍을 우려한 의원들 만류로 좌절됐다. 그 사이 광주는 ‘반노무현 호남연대’를 앞세운 국민의당 안철수 의원의 ‘안풍(安風)’진원지로 바뀌었다.
‘빼앗긴 고향’ 광주에서 홍역을 치른 다른 의원들도 굳은 표정을 풀지 못했다. 박영선 의원은 “더민주의 심장인 광주 시민께서 매우 차가운 매를 주고 있는데 그 심정을 이해한다”고 말했다. 이용섭 전 의원은 “김종인 비대위 체제가 드러나면서 민심은 호전됐지만 아직 싸늘하다”고 지적했다.
광주 일정을 소화한 김 위원장은 경남 김해의 봉하마을로 건너가 노무현 전 대통령의 묘소를 참배하고 권양숙 여사를 30분간 예방했다. 권 여사는 김 위원장을 포함한 더민주 새 지도부를 환대하며 “당을 살리는데 최선을 다해달라”며 “이번 총선에서 최선을 다해 한 번 해보자. 뭔가 보이는 것 같다”고 덕담을 건넨 것으로 전해졌다. 광주와는 대조적으로 부산과 김해 등에서 온 시민들이 ‘김종인의 힘, 당신의 능력을 믿습니다’등 응원문구를 적은 손 팻말을 들고 김 위원장을 반겼다.
광주ㆍ김해=전혼잎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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