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진성욱(왼쪽). /사진=연합뉴스
"열심히 뛰었는데 결과가 따라주지 못해서…"
예상치 못했던 한ㆍ일전 역전패에 진성욱(23ㆍ인천)은 경기 후 고개를 떨궜다. 그러나 수확은 있었다. 쉽게 잊혀지지 않을 쓰라린 패배였지만 '깜짝 선발' 출장한 진성욱은 신태용호에 희망을 안겨줬다.
진성욱은 지난달 31일(한국시간) 카타르 도하의 압둘라 빈 칼리파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6 아시아축구연맹(AFC) 23세 이하(U-23) 챔피언십 일본과 결승전에서 최전방 공격수로 선발 출장, 1골 1도움을 작성하며 한국의 두 골에 모두 관여했다. 한국은 2-0으로 앞서다 2-3으로 역전패했으나 진성욱의 존재감만큼은 빛났던 한판이었다. 팀 패배에 빛이 바랬지만 진성욱은 후반 초반까지 한국이 일본을 압도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신태용 감독은 이날 일본전에서 진성욱을 원톱으로 내세웠다. 진성욱이 이번 대회 들어 단 한 경기 출전에 그친 점을 감안하면 파격적인 선택이었다. 우려와 달리 진성욱의 존재감은 빛났다. 황희찬(20ㆍ잘츠부르크)과 문창진(23ㆍ포항)을 후반 조커로 활용한 카타르와의 4강전과 김승준(22ㆍ울산)을 처음으로 선발로 내 톡톡히 재미를 봤던 조별리그 예멘전 등 신태용 감독의 '족집게 용병술'이 또 한 번 발휘된 순간이었다. 안정환 MBC 해설위원은 "진성욱은 김현(23ㆍ제주)과 플레이 스타일은 비슷하지만 보다 파워풀하다"면서 "신태용 감독의 신의 한 수가 통했다"고 평가했다.
4-2-3-1 포메이션에서 가장 위에 위치한 진성욱은 폭 넓은 활동량과 압박으로 일본 수비진을 괴롭혔다. 스트라이커의 적극적인 움직임에 당황한 일본은 좀처럼 역습을 전개하지 못하며 실수를 연발해 한국에 주도권을 내줬다. 진성욱은 전반 20분에는 큰 키를 이용해 권창훈(23ㆍ수원)의 선제골을 도왔고 후반 2분에는 부드러운 턴 동작에 이어 낮고 빠른 왼발 슈팅으로 득점에 성공했다.
진성욱은 이번 대회 전까지 크게 주목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올림픽 최종예선 명단에 들기 전까지는 연령별 대표 경험이 전무했다는 점이 이를 말해준다. 지난달 4일 아랍에미리트(UAE)와의 친선경기에 출전해 태극마크 데뷔전을 치른 그는 이영재(22ㆍ울산)의 데뷔골을 도우며 신 감독의 눈도장을 받았다.
우즈베키스탄과의 이번 대회 첫 경기에서도 선발 출전해 존재감을 드러냈지만 이후 경기에서는 황희찬, 김현 등에게 밀려 기회를 부여 받지 못했다. 그러나 대회 종료를 앞둔 마지막 순간에 다시 기회가 왔다. 한일전의 선봉장으로 나선 진성욱은 자신의 태극마크 데뷔골을 포함해 맹활약하며 이름을 알렸다. 올림픽 본선을 앞두고 황희찬-김현, 그리고 와일드카드 선수의 3파전이 예상됐던 최전방 공격수 경쟁에 진성욱도 가세하게 됐다.
진성욱은 "팀(인천)으로 돌아가면 부족한 점을 많이 채우겠다"면서 "소속팀 선수들과 잘 맞추면서 배우기 위해 더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중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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