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진철 감독 /사진=포항 스틸러스 제공
황선홍(48) 전 감독에 이어 포항 스틸러스 지휘봉을 잡은 최진철(45) 감독이 팀 컬러의 대대적인 변화를 예고했다.
포항은 오는 9일 열리는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플레이오프 때문에 일찍 동계훈련에 돌입했다. 지난달 8일부터 30일까지는 태국 방콕 전지훈련을 거치며 조직력을 다졌는데 올해 포항의 새 사령탑이 된 최 감독은 선수만큼 부지런히 뛰었다. 지난해 U-17 월드컵 대표팀의 16강 진출을 이끌며 지도력을 인정받은 그는 선수들과 같이 호흡하는 형님 리더십과 철저한 준비로 명가 포항의 자존심을 지키겠다는 각오다.
이를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팀에 자신의 색깔을 입히는 작업이다. 포항은 지난 2년간 황 전 감독이 선보인 '제로톱' 전술로 K리그에 새 바람을 일으켰지만 최 감독은 공간 침투에 최적화된 공격수의 역할을 강조하고 나섰다.
최진철 감독은 "제로톱은 배제하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이어 "수비수 출신으로 뒷공간을 파고드는 공격수를 막는 것이 가장 힘들다. 최전방 공격수가 10m를 뛰어 들어가면 포백라인 수비수 4명이 모두 뛰어가야 한다. 뭐가 더 효율적인가. 최전방 공격수는 깊숙이 침투하면서 수비진을 흔들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공간을 만들고 유기적인 움직임을 통해 공간으로 침투하는 축구가 내 축구의 기본 바탕이다. 지금은 만들어가는 시기로 100%까지 만드는 시간은 3월로 본다"고 말했다.
전술 변화를 위해선 선수 파악이 선행돼야 한다. 최 감독은 팀이 약해졌다는 평가를 받는 데 대해 "솔직히 나간 선수도 많고 양동현·조수철 그리고 신인 선수들이 새로 가세했다. 선수 개개인의 능력은 충분하다고 보지만 내·외부적으로 알아가는 시간이 더 필요한 게 사실"이라며 "훈련하면서 엇박자가 없다면 거짓말이다. 선수 개개인의 큰 장점만 보고 달려간다. 선수도 나도 혼란을 겪고 있지만 서로 받아들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지고 있다"고 긍정론을 펼쳤다.
자신의 시스템이 U-17 월드컵 대표팀을 맡았을 때와는 다르다고도 했다. 최 감독은 "당시 대회에서 보여준 축구가 '최진철 축구'는 아니다. U-17 대표팀은 지난 2번의 대회에서 본선에도 오르지 못했다. 세계 각국의 최고의 유망주들이 모이는 자리였다. 포지셔닝을 따져 볼 때 어느 하나 만만한 팀이 없었다. 수비에 중점을 두지 않으면 힘든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고 되짚었다.
그러면서 최 감독은 자신의 축구를 공격축구로 규정했다. 그는 "공격 축구를 지향한다. 포항은 절대 약한 팀이 아니다. 선수가 많이 빠져나갔지만 전통이 있고 저력이 있는 팀이다. 현재 팀에도 그동안 기회를 받지 못했지만 좋은 선수가 많다. 더 공격적인 축구를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새로운 도전이 필요했고 포항 축구가 자신과 정확하게 일치하는 느낌을 받았다는 최 감독은 "이제 처음 프로무대를 시작하는 지도자인 만큼 선·후배 감독 등과 라이벌전을 한다는 것 자체가 아직은 무리"라면서도 "선수로 함께 생활했던 분들과 감독으로 만난다는 것 자체가 흥미 있고 기대된다. 지켜보고 계시면 언젠가는 조용히 다 밟아드리겠다"고 당찬 각오를 밝혔다.
정재호 기자 kemp@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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