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노벨문학상 집착증에 일침을 가하는 칼럼이 미국 시사지 ‘뉴요커’에 실렸다. 문학평론가 마이틸리 라오는 뉴요커 온라인판에 게재된 ‘한국은 정부의 지원으로 노벨문학상을 탈 수 있을까?’란 칼럼에서 한국 작가 중 노벨문학상을 탈 가능성이 있는 작가는 누구인지, 수상에 대한 ‘열병’으로 어떤 부작용이 일어나고 있는지 등을 짚었다.
라오는 한국은 식자율이 98%에 달하고, 연간 4만 권의 책이 출간되는 국가지만 노벨상 수상자는 1명에 불과하다며 국민들 사이에서 노벨문학상에 대한 염원이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은 시인이 한국에서 유일하게 노벨문학상 후보로 거론되고 있다며 민주화 운동을 하다 옥고를 치렀던 그가 정치, 종교, 자연을 주제로 다양한 시를 썼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고은 시인이 한국에서 특히 인기 있는 작가는 아니라고 덧붙였다. 라오는 찰스 몽고메리 동국대 영어영문학부 교수의 말을 빌어 고은 시인은 노벨문학상을 수여하는 스웨덴 한림원이 좋아할 인물이라고 설명했다. 나이 많은 남성 작가에 정치 투사라는 점에서 향후 20년 동안 고은을 대체할 후보는 없을 것이라는 평가다.
고은을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자로 점 찍어 호들갑을 떠는 언론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나왔다. 그는 고은 시인의 작품을 주로 번역했던 안선재 서강대 명예교수가 노벨문학상 시즌이 되면 고은씨의 수상가능성을 묻는 국내외 언론의 질문에 수년째 시달리고 있다고 전했다. 심지어 ‘달콤한 나의 도시’를 쓴 소설가 정이현씨는 한 방송국 기자로부터 고은 시인이 상을 받은 것처럼 미리 축하 메시지를 찍자는 제안을 받았다고 털어놨다고 했다. 라오에 따르면 정 작가는 “노벨상을 탈 작품을 써서 사람들에게 기쁨을 주지 못한다는 이유로 죄책감이 든다”고 말했다.
문학이나 독서를 회피하면서 노벨문학상을 바라는 국내 분위기도 문제로 지적됐다. 신경숙, 김영하, 황선미 작가의 작품을 미국에 소개해 성공을 거둔 KL 매니지먼트대표 조셉 리(이구용)는 “한국인들은 문학에 관심이 적다”며 “노벨문학상에 관심을 두기 전에 한국 문학에 더 관심을 보여야 한다. 많은 사람이 책은 읽지 않으면서 노벨상을 원한다”고 꼬집었다.
필자는 한국문학번역원이 전문 번역가를 양성하고 한국 작가 작품을 번역을 지원하는 차별화된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고 소개하며, 한국문학의 해외진출을 위해 정부가 더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황수현기자 sooh@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