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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흥수의 느린 풍경] 나무엔 상처, 가슴엔 응어리

입력
2016.01.31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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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송으로 유명한 경북 울진의 아름드리 소나무 상당수는 지워지지 않는 깊은 상처를 안고 있다. 가슴 높이쯤에서 껍질을 벗기고 V자 형태로 홈을 파 송진을 채취한 흔적이다. 사실 오래된 소나무가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모습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인 1940년대 초, 전쟁물자 조달에 어려움을 겪던 일제는 군용 항공기 연료를 확보하기 위해 전국에 송진채취를 강요했다. 일제가 수탈한 양이 어느 정도인지는 알 수 없지만, 남녀노소를 가리지 않고 송진채취에 동원됐다는 증언은 그 시대를 살아온 세대에게서 어렵지 않게 들을 수 있다. 나무에 새겨진 상처를 보는 것만도 편치 않은데, 가슴에 박힌 응어리가 어떨지는 헤아리기조차 어렵다. 그래서 일본군위안부 협상이 타결된 이후, 당사자가 아닌 제3자가 주장하는 ‘용서’는 여전히 불편하다.

여행팀 차장 choissoo@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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