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으로 기수 돌려 대형 참사 막아
블랙박스 없어 사고 원인은 미궁
지난달 30일 오후 2시55분쯤 전북 김제시 금산사 인근 야산에 추락한 민간헬기 사고와 관련, 기장인 김모(61)씨가 대형 참사를 피하기 위해 기수를 산으로 돌렸을 가능성이 제기됐다.
이날 사고 목격자와 소방관계자에 따르면 산불진화용 헬기가 사고지점에서 수백m 떨어진 놀이시설 주차장 부근에서 빙빙 맴돌다 급선회해 야산에 추락했다.
이들은 이 같은 사실을 토대로 숨진 김 기장이 대규모 놀이 시설인 모악랜드 주차장 상공에서 기체 이상 등 긴급상황이 발생하자 인명피해 등 대형 참사를 피하기 위해 기수를 산으로 돌렸을 것으로 조심스럽게 추정하고 있다.
김제가 고향인 김씨는 40년 경력의 베테랑 헬기조종사이고, 사고 헬기는 10년도 채 지나지 않은 최신 기종이며 당시 기상상황 역시 나쁘지 않은 점 등이 이들의 주장에 설득력을 더해주고 있다.
하지만 김씨 혼자 헬기를 조정하다 숨진데다 운행기록 등을 담은 블랙박스 조차 없어 사고원인을 규명하기까지는 상당한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교통부는 31일 오전 사고조사위원들을 사고 현장에 급파, 잔류 동체 등을 수집하는 등 사고원인 조사에 나선 상태다.
초당대 항공운항과 한 교관은“사고의 가장 큰 원인은 기체결함일 가능성이 가장 크다”며“대부분 조종사들은 상공에서 기체결함이 생기면 가장 인명피해를 줄이는 방법을 선택하는 사명감을 지니고 있다”고 주장했다.
전북도 산림보호과 양정기 팀장은“사고 당시 상공에서 유치를 파악 중인 기장이 모악랜드와 눈 썰매장에 많은 사람들이 있는 것을 확인하고 인근 숲으로 추락한 것으로 정황 상 판단된다”며“더 큰 대형사고를 막기 위해 인근 숲으로 추락했을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또“기장은 김제가 고향이라 지리에 밝고, 사고 날씨도 양호해 운전미숙은 아닐 것 같다”고 덧붙였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정확한 사고 원인을 규명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산불진화용‘BO105’기종인 사고 헬기는 무게 2.6톤으로 세진항공이 구입해 운행 중이며 전북에 임대돼 2월부터 산불감시 및 진화 임무 수행에 나설 예정이었다.
전주=박경우기자 gw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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