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적장애를 가진 고등학생 피아니스트가 선천적인 장애를 극복하고 서울대 음대 신입생이 됐다.
31일 서울대에 따르면 강원 원주 치악고 3학년 이들림(19)군이 2016학년도 음대 기악과 정시모집 기회균형선발특별전형Ⅱ에 최종 합격했다. 이군은 단 한 명을 모집한 특별전형에서 13대 1의 경쟁률을 뚫고 서울대에 입학하게 됐다.
이군은 이미 실력을 인정받은 장애인 피아니스트다. 중학생 때인 2011년 제4회 전국장애학생 음악콩쿠르에서 금상을 탔고, 2014년에는 전 세계 지적·자폐성 장애인들의 음악 축제인 ‘평창스페셜뮤직&아트페스티벌’의 개막 연주를 맡았다.
이군의 천부적인 재능이 발견된 건 우연한 기회였다. 지적장애 3급을 갖고 태어난 이군은 초등학교 고학년이 될 때까지 글을 제대로 읽지 못했고, 악보도 볼 줄 몰랐다. 그러던 중 초등학교 5학년 때 어머니와 함께 참석한 반주법 세미나에서 한 번 들은 찬송가를 완벽하게 오르간 건반으로 옮겨내면서 가능성을 보였다. 이군의 어머니 김미연(51)씨는 “피아노 초급교재의 첫 곡을 5년 동안 학습하지 못했던 아이가 한 순간에 들은 곡을 처음부터 끝까지 치는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며 “그때부터 아이도 점점 자신감을 느끼기 시작했고, 자신을 표현하면서 자폐증상도 호전됐다”고 말했다.
이군은 사춘기 시절 비장애 학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니면서 친구들로부터 놀림을 받아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피아노 연주에 매진하면서 달라졌다.“사람들은 잘하는 게 각기 다른데 들림이는 음악을 잘한다”는 주변 어른들의 격려에 이군은 피아노곡을 듣고 또 들으며 연습했다. 지난해에는 자폐증상이 아예 사라졌다는 병원 진단도 받았다.
음악이 전부였던 이군에게도 대학입시 준비는 녹록지 않았다. 훨씬 어린 나이에 피아노를 시작한 다른 학생들에 비해 이군은 손가락을 사용하는 기술이 부족했고, 자폐증상으로 연주에 감정을 담아 표현하는 것도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먹고 자는 시간 외에 피아노에만 매달렸던 이군은 피나는 노력 끝에 꿈에 그리던 서울대 음대 합격 통지서를 받았다. 이군의 어머니 김씨는“대학에서도 더 많은 곡을 배워 연주하면서 행복을 전하는 게 들림이의 꿈”이라고 전했다.
양진하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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