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5월 소록도병원 100주년 기념식 참석
고향 오스트리아 귀국 후 11년만에 첫 방문
고흥군, 노벨평화상 추천 등 선양사업 추진
40여년간 전남 고흥군 소록도병원에서 한센인을 위해 봉사하다 고향 오스트리아로 돌아간 두 ‘할매 수녀’ 중 한 분이 11년 만에 소록도를 찾는다. 고흥군은 31일 소록도병원 개원 100주년 기념식이 열리는 오는 5월에 마리안느 스퇴거(82·사진 위줄 오른쪽) 수녀가 소록도를 찾을 예정이라고 밝혔다.
마가렛 피사렛(81·위줄 왼쪽) 수녀는 건강상태가 좋지 않아 한국 방문이 어려운 것으로 전해졌으며, 마리안느 수녀도 최근까지 암 투병으로 힘든 시기를 겪었지만 현재 호전된 것으로 알려졌다.
1960년대 오스트리아에서 간호대학을 졸업한 두 수녀는 20대 후반의 나이에 소록도에 들어왔다. 이후 2005년 귀국할 때까지 43년간 소록도병원에서 한센인들을 돌보며 한평생을 보냈다. 이들이 소록도 병원에 와서 한 첫 일은 한센인과 함께 식사하기였다. 국내 의료진조차 치료를 꺼렸던 당시 분위기로서는 소록도 전체에 큰 충격이었다.
외국인 의료진들이 나병환자와 함께 밥을 먹고 환자의 상처 부위를 직접 만지며 약을 발라주는 치료과정은 한센병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로잡는 계기가 됐다. 두 수녀는 간호사지만 한센인들에게는 친근한 ‘할매’로 불렸고 평소 검소하고 소박한 생활로 유명했다.
할매 수녀들은 은퇴의 나이를 넘어 70대의 고령에 접어든 2005년 11월 한 통의 편지만 남기고 홀연히 이른 새벽에 소록도를 떠났다. 한센인과 이별이 어려워질 것을 걱정해 누구에게도 떠난 사실을 미리 알리지 않았다.
두 수녀가 남긴 편지는 “평소 ‘제대로 일할 수 없고 부담을 줄 때는 본국으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실천할 때”라며 “고향을 떠나 이곳에 와서 천막을 치며 간호를 시작했지만 이제는 그 천막을 접어야 할 때다. 부족한 외국인이 큰 사랑과 존경을 받아 감사드린다”고 썼다.
고흥군은 두 수녀의 공로와 봉사의 숭고한 참뜻을 기리기 위해 노벨평화상 추천 등 다양한 선양 사업을 추진 중에 있다. 올해는 수녀의 삶을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 제작과 기념관을 조성하고 수녀들이 머물렀던 사택과 성당, 한센인 유품에 대한 등록문화재 지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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