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tvN
'치즈인더트랩'(치인트) 인기가 심상치 않다. '미생' 성공 이후 웹툰 원작 드라마가 줄을 이었지만 대부분 흥행엔 참패했다. '치인트'는 이례적이다. 첫 방송부터 역대 tvN 월화극 최고 시청률(3.6%, 닐슨코리아 유로플랫폼 전국 기준)을 찍더니, 연일 자체최고 기록을 경신 중이다. 방송 4회 만에 평균 시청률 6%를 달성했고 7회 연속 동시간대 시청률 1위(2화 4.8%, 3화 5.2%, 4화 5.69%, 5화 6.49%, 6화 6.27%, 7화 6.03%, 8화 6.8%)에 올랐다.
'치인트'가 인기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는 결정적 이유는 스토리라인이다. 엄청난 양의 웹툰을 16부작으로 압축했지만 구성이 촘촘하다. 쾌속 전개로 일명 '사이다 드라마'라는 별칭도 얻었다.
▲ tvN
명문대 여대생 홍설을 둘러싼 다양한 인물들의 관계가 복잡하면서도 흥미롭다. 그 관계 속에서 스펙, 아르바이트, 연애, 취업 등 대학생이라면 갖는 보편적 고민을 현실적으로 담았다. 진부하고 고루한 로맨스도 없다. 3회 만에 남녀주인공 유정과 홍설이 커플이 됐고 5회에 다투고 8회에 키스를 했다. '치인트' 자체가 요즘 20대의 이야기인 셈이다.
■'내 방 같네' 리얼한 묘사
사실적 묘사도 시청률 공감대를 사고 있다. '치인트'와 마찬가지로 여대생이 주인공인 드라마 '내일도 칸타빌레'(칸타빌레)를 비교하는 글이 최근 온라인에서 화제를 모았다. 두 드라마의 묘사는 극단적으로 갈렸다. '치인트'가 디테일에 주목했다면, '칸타빌레'는 PPL로 치장했다. 여주인공은 부유하지 않은 집안에서 태어나 자취를 한다는 똑같은 설정이었지만 그려지는 모습은 극과 극이었다. '치인트' 속 홍설의 자취방은 실제 대학생의 원룸을 옮겨놓은 듯하다. 좁은 공간에 꽉 들어찬 생활용품들과 벽에 줄이어 붙은 포스트잇, 앉은뱅이 책상, 일인용 매트리스 등 우리네 사는 모습을 반영했다. 극중 유정이 비좁은 자취방 공간에 머리를 부딪힌 장면은 가히 현실이었다. 반면 '칸타빌레'의 자취방은 아파트도 아닌 오피스텔도 아닌 복층 구조의 세트다. 그랜드 피아노를 놓고도 널찍하게 남는 공간부터 어불성설이니 시청자들도 외면했다.
▲ tvN
'치인트'의 이철호 미술감독은 "이윤정 감독과 홍설의 자취방은 요즘 대학생들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다큐멘터리처럼 리얼하게 보였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나눴다. 그 방에 사는 사람의 어려움이 묻어나고 가장 현실적인 느낌이 날 수 있도록 했다. 세트 하나에도 캐릭터의 성격과 모든 것이 드러나야 한다"고 설명했다.
■ 웹툰 찢고 나온 듯 싱크로율
유정 역의 박해진과 백인호 역의 서강준의 매력 대결도 쏠쏠한 재미를 선사한다. 극중 박해진은 완벽한 스펙남이고, 서강준은 껄렁한 반항아다. 극과 극의 모습으로 여심을 동시다발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박해진은 유정과 외모적으로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한다. 무표정일 땐 차가워 보이지만 한 번 미소를 지으면 부드러운 눈웃음이 드러난다. 냉온(冷溫)을 오가는 유정과 딱 들어맞는다. 소속사 더블유엠컴퍼니 황지선 대표는 "박해진이 자신이 가장 잘 하는 연기를 하고 있다. 자신이 가진 걸 잘 활용할 줄 알고, 드라마에 맞는 장점들을 적절히 보여주고 있다. 배역에 맞는 목소리 톤부터 카메라 각도까지 제작진과 의논했다"고 말했다.
▲ tvN
전작에서 연기력 논란이 있었던 서강준은 언제 그랬냐는 듯 날개를 달았다. 캐릭터를 그 누구보다 잘 소화하며 시청률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우월한 비주얼을 바탕으로 나쁜 남자의 매력을 어필하고, 짠내 나는 눈물 연기로는 모성애를 자극한다. 서강준은 "내가 백인호라면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떻게 행동할까 고민했다. 나와는 전혀 다른 성격의 인물이다. 캐릭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욕심 없이 편하게 연기했다"고 밝혔다.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