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군위안부 강제연행은 확인되지 않았다는 공식 입장을 유엔 기구에 제출한 것으로 31일 확인됐다. 이는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는 일본 정부의 기존 입장을 확산시킴으로써 위안부 강제연행 사실 자체를 물타기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유엔인권최고대표사무소(OHCHR) 홈페이지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2월15일부터 3월4일까지 제네바 유엔 본부에서 열리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제63차 회의를 앞두고 위원회에 제출한 답변서에 군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는 주장을 실었다. 일본 정부는 “일본 정부의 관련 부처와 기관이 가진 유관 문서의 연구와 조사, 미국 국립문서기록관리청(NARA)에서의 서류 검색, 전직 군부 측과 위안소 관리자를 포함한 관계자에 대한 청취 조사,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에 의해 수집된 증언 분석 등 전면적인 진상 조사를 실시했다”면서 “이런 조사에서 일본 정부가 확인할 수 있는 서류 어디에도 군과 관헌에 의한 위안부 ‘강제연행’(forceful taking away)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명시했다.
이런 답변서 내용과 관련, 산케이(産經)신문은 일본 정부가 유엔위원회에서 위안부 강제연행을 부정한 것은 처음이라고 보도했다. 이런 주장은 여성차별철폐위원회가 “최근 위안부의 ‘강제적인 이송(forcible removal)’을 입증하는 증거는 없다는 공적인 발언들을 접했다. 이에 대해 언급해 달라”고 질의한 데 대한 답변으로 제기됐다.
위안부 강제연행의 증거가 없다는 일본 정부의 주장은 일본과 국제 역사학계에 의해 진실 왜곡이라는 지적을 받아왔다. 일본의 대표적인 역사연구단체인 역사학연구회는 2014년 10월 발표한 성명에서 “일본군의 관여 하에 강제연행된 ‘위안부’가 존재한 것은 분명하다”고 밝힌 뒤 납치 형태의 강제연행이 인도네시아 스마랑과 중국 산시(山西)성 등의 사례에서 밝혀졌으며, 한반도에서도 피해자의 증언이 다수 존재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일본 정부는 ‘위안부 문제를 교과서에 반영하고 대중에게 일깨울 의향이 있느냐’는 위원회의 질문에 “일본 정부는 국정 교과서 제도를 채택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학교 교육에서 다뤄질 특정 내용과 그 내용이 어떻게 묘사될지에 대한 질문에 답할 위치에 있지 않다”고 밝혔다. 또한 ‘중국, 동티모르 등을 포함, 아시아여성기금(1990년대에 군위안부에 대한 보상을 위해 만든 일본 민ㆍ관 기금)의 혜택을 받지 못한 나라들의 위안부에 대해 보상 조치를 취할 의향이 있느냐’는 질문에 “일본 정부는 그렇게 할 의향이 없다”고 답했다.
일본 정부는 또 작년 12월28일 한일 합의를 통해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는 위안부 문제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해결됐음을 확인했다”고 적고, 한일 합의 발표문 전문의 영어 번역본을 첨부했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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