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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필의 제5원소] ‘기계 이세돌’을 준비해야 하는 시대

입력
2016.01.31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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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명인전에서 정상을 차지한 이세돌. 한국기원 제공
2015 명인전에서 정상을 차지한 이세돌. 한국기원 제공

구글의 자회사인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컴퓨터 알파고가 유럽바둑챔피언을 이긴 뒤 이세돌 9단에게 도전장을 던졌다. 인공의 프로그램이 프로 바둑기사를 이긴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알파고는 심층신경망이라는 딥 러닝 알고리즘을 이용해 기계학습을 수행할 수 있다. 인간의 사고방식을 닮은 알고리즘과 빅데이터, 그리고 이를 빠르게 처리할 수 있는 하드웨어의 발달은 최근 몇 년 사이 인공지능 분야의 획기적인 진전을 이끌어 왔다.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은 이미 2012년 유튜브의 동영상 속에서 컴퓨터가 고양이를 스스로 인식하도록 하는 데 성공했다. 페이스북은 딥 페이스라는 알고리즘을 이용해 사람 얼굴을 인식한다. IBM의 인공지능 컴퓨터 왓슨은 2011년 퀴즈쇼에서 인간에게 완승을 거두었고 현재 의료분야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있다. 인공지능과 로봇의 등장으로 조만간 사라질 직업에 대한 기사는 이제 식상할 정도이다. 프로바둑기사라는 직업도 위험해졌다.

올 3월로 예정된 이세돌 9단과 알파고의 세기의 대결에 내기를 건다면 나는 이세돌 9단에게 걸겠다. 한 지인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반상에 혈흔이 자욱한 피비린내 나는 대국 끝에 컴퓨터의 수십 개 대마가 나자빠지는 결과가 일어나리라”고 이세돌 9단의 압승을 예상했다. 특히 이세돌 9단의 장기인 이른바 ‘흔들기’ 등은 아직 알파고가 극복하지 못했을 것으로 전망했다. 이세돌 9단 본인도 이번 대국에서 본인의 승리를 예상했다. 하지만 스스로 말했듯이 3년이나 5년 뒤엔 어찌될지 아무도 알 수가 없다. 나는 이세돌 9단이 기계를 이긴 마지막 인간이길 바란다.

인공지능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 데니스 하사비스가 바둑의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네이처 제공
인공지능 컴퓨터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를 개발한 구글 딥마인드의 최고경영자(CEO) 데니스 하사비스가 바둑의 알고리즘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네이처 제공

더 큰 바람이 있다. 한국의 인공지능 컴퓨터가 이세돌 9단을 이긴 최초의 기계였으면 좋겠다. 우리 교육이 특목고와 수능과 명문대에 목매다는 사이, 그렇게 대학에 진학해서는 다시 알바와 스펙과 취업에 내몰리는 사이 세상은 벌써 이만큼 변해버렸다. 암기 잘하고 계산 잘하는 한국형 천재는 검색과 계산 프로그램의 발달로 그 존재의미가 오래 전에 사라졌다. 알파고의 도전장은 이런 시대변화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조훈현 이창호를 거치며 세계를 호령했던 한국바둑은 지금 중국에 밀려 고전 중이다. 그나마 이세돌이라는 걸출한 인물 덕분에 인간과 기계의 세기의 대결은 서울에서 열리게 되었다. 그러나 나와 지인의 예상대로 이세돌 9단이 이긴다 한들 헛헛한 마음은 감출 수 없을 것 같다. 알파고를 개발한 딥 마인드는 구글에 인수된 영국 회사다. 세계바둑대회가 열리면 명함도 못 내미는 영국이다. 영국의 바둑 인구는 약 4만 명으로 약 2,000만 명인 중국이나 900만 명인 한국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런 영국에서 만든 인공지능이 세계최강의 바둑기사에게 도전장을 냈다. 아마도 머지않은 미래에는 인간이 기계에 도전장을 내야 할 것이다.

이제 우리는 제2의 이세돌 뿐만 아니라 ‘기계 이세돌’도 키워야 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BK사업단 연구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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