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에서 주택담보대출을 받을 때 소득심사가 깐깐해지는 가계부채 관리 대책이 2월 1일 수도권부터 전면 시행된다.
이에 따라 주택구입용으로 담보대출을 받으려면 이자만 내는 거치기간을 1년을 넘길 수 없고 초기부터 원금과 이자를 모두 나눠 갚아야 한다.
집값 또는 소득에 비해 빌리려는 돈이 많거나 소득증빙을 제대로 못 해도 대출 초기부터 원금을 나눠 갚아야 한다.
새로운 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를 때 자신이 어떤 형태의 대출을 받을 수 있는지 알아보려면 은행 영업점 창구는 물론 온라인에서도 상담을 받아볼 수 있다.
새 가이드라인은 대출 관행을 바꾸려는 것일 뿐 무조건 대출이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므로 상담을 통해 자신의 대출 조건을 미리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자만 내는 '거치식' 대출은 어려워져
새로 적용되는 여신 심사 가이드라인은 상환능력 범위에서, 처음부터 나눠 갚도록 하는 유도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지금까지는 대출 금리를 변동형으로 할지 혹은 고정형으로 할지, 원리금을 처음부터 나눠 갚을지 아니면 만기일에 한꺼번에 상환할지를 돈 빌리는 사람이 결정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그러다 보니 집값 상승을 예상하고 우선 주택을 담보로 돈을 빌리고서 이자만 내다가 만기에 원금을 한 번에 갚는 대출방식을 선택하는 사람이 많았다.
새 가이드라인은 집의 담보 가치나 소득에 비해 빌리는 돈이 많거나 소득증빙을 제대로 하지 않은 경우에는 아예 대출 후 1년 이내부터 빚을 나눠 갚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집을 사면서 그 집을 담보로 돈을 빌리는 사람도 초기부터 빚을 나눠 갚도록 하는 원칙이 적용된 것이다.
물론 명확한 대출 상환계획이 있는 등 일부 예외 사례에 해당하면 거치식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아파트 중도금 대출과 같은 집단대출도 이번 가이드라인 적용에서 예외로 인정된다.
비수도권은 그동안 소득을 엄격하게 들여다보지 않았던 대출 심사 관행을 고려해 3개월간 추가 준비 기간을 두고 5월 2일부터 새 가이드라인 적용을 받는다.
변동금리로 돈을 빌리려는 사람에 대한 제한도 많아진다.
앞으로 금리가 더 오를 수 있는 점을 고려해 소득에 따른 대출 한도를 더 엄격하게 따지기로 한 것이다.
상승가능금리(스트레스금리)를 추가로 고려했을 때 일정 한도를 넘어서는 대출은 고정금리 대출로 유도하거나 아예 한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만 대출을 받을 수 있다.
주택담보대출 이외에 다른 대출이 있는지도 꼼꼼히 살피게 된다.
한 달에 내야 하는 원리금 상환부담액이 소득에 견줘 과중하다고 판단될 경우에는 은행이 별도 관리대상으로 지정한다.
'안심주머니 앱'에서 미리 체크 가능…은행들도 준비 '만반'
새 가이드라인에 기초할 때 자신이 어떤 상환방식이나 금리 유형을 택할 수 있는지를 홈페이지나 스마트폰 앱으로 미리 살펴볼 수 있는 서비스도 이뤄진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금융정보 앱인 '안심주머니(안심住Money)'에 '셀프상담' 코너를 개설해 가이드라인 적용에 따른 대출 방식 정보를 제공한다.
셀프상담 메뉴에서 질문에 대한 답변을 순차적으로 선택하면 새 가이드라인에 따른 분할상환 대출 적용 대상인지를 알 수 있다.
전국은행연합회는 '셀프 상담 코너'를 운영 중이다.
은행 직원과 대면 상담하지 않고도 고객이 직접 은행연합회 홈페이지(www.kfb.or.kr)를 통해 여신심사 가이드라인과 관련한 궁금점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는 코너다.
또 각 은행은 은행권이 공동으로 제작한 여신심사 가이드라인 설명 포스터와 전단을 각 지점에 배치, 고객 상담에 활용하고 있다.
아울러 관련 전산개발을 마무리하고, 행원 교육도 강화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침개정을 하고, 비거치분할대상 의무 적용 대상 대출, 스트레스 DTI(총부채상환비율) 적용,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산출 등에 대한 전산 구축을 완료했다.
창구에서의 혼란을 미리 방지하기 위해 직원 연수도 병행했다. 스마트고객상담부(콜센터) 방문 교육을 진행하고 영업점 직원들을 대상으로 화상연수도 실시했다.
이와 함께 인터넷 홈페이지에 고객 자가진단용 '셀프상담코너'를 구축해 고객에게 제도시행과 관련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KEB하나은행도 전산개발과 테스트를 끝냈으며 자사 교육사이트에 가이드라인 변경 내용을 녹음해 올려 직원들이 수시로 청취하는 방식으로 교육도 강화했다.
"무작정 대출 어려워지는 것 아니다"…금융당국도 유연한 대처 당부
가이드라인 실행으로 소득 심사가 까다로워지는 것은 사실이지만 무작정 대출 받기가 어려워지는 것은 아니라고 금융권과 당국 관계자들은 설명한다.
시중은행의 한 대출심사역은 "스트레스 DTI를 적용받지 않으려면 변동금리 대신 5년 고정금리를 쓰면 된다"며 "변동과 고정의 금리차도 거의 나지 않기 때문에 대출을 받는 데 있어 다소 불편함이 있을 수 있겠지만 못 받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도 은행들이 혹시나 획일적으로 대출 감축을 하는 일이 없도록 잘 살펴본다는 방침이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5일 내부회의에서 "획일적으로 대출이 감축되거나 자격을 갖춘 실수요자들이 대출받기 어려워지는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도록 창구동향에 대한 모니터링을 할 것"이라고 지시했다.
여신심사 가이드라인의 기본취지가 여신 심사를 담보 위주에서 상환능력 중심으로 바꾸고 일시상환·변동금리 위주의 대출관행을 분할상환·고정금리로 전환하자는데 있으므로 무작정 대출심사를 강화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점을 강조한 발언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집단대출 등 가이드라인의 적용 예외 대상인 경우는 심사를 유연하게 하도록 은행권에 협조를 당부했다"며 "향후 당국이 감독에 나설 때에도 은행의 자율적인 판단을 충분히 고려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성택기자 highnoo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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