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특정 번호로 전화를 걸어 고령의 여성이 응답하면 마치 떨어져 지내는 아들인 것처럼 행세하는 방법 등을 통해 사기행각을 벌여 온 60대가 항소심에서도 1심과 같은 징역형을 선고 받았다.
광주고법 제1형사부(부장 서경환)는 사기와 사기미수, 간음유인 혐의로 구속기소돼 1심에서 징역 5년과 성폭력치료프로그램 이수 80시간을 선고받은 김모(61)씨의 항소를 기각했다고 31일 밝혔다.
김씨는 지난해 7월 오전 5시께 전남의 한 지역에서 공중전화기를 이용해 A(71ㆍ여)씨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 마치 아들인 것처럼 행세했다. 울먹이며 ‘몸이 많이 아프다. 내가 아는 사람을 보낼 테니 그 사람이 시키는 대로 해 달라. 그래야 내 병이 치료된다’며 거짓을 늘어놓았다. 김씨는 ‘오전 11시에 터미널에 가면 내가 보낸 사람을 만나게 될 것’이라고 A씨를 속인 뒤 자신이 터미널로 향했다.
김씨는 자신이 마치 아들이 보낸 사람인 것처럼 행세를 하며 전화 속 목소리만을 믿고 약속장소를 찾은 A씨에게 접근, ‘아들이 말한 대로 하면 (아들의) 병이 치료된다’며 성관계를 맺고 돈(15만원)까지 받아 챙겼다. 전화를 받고 ‘이해가 가지 않는다. 어떻게 그런 일을 하느냐’며 반문하는 A씨에게 김씨는 ‘주변 사람들도 그렇게 해서 병이 나았다. 그 사람은 이런 일을 전문으로 하고 다니는 사람이다’며 전문가임을 강조, A씨를 속인 것으로 조사됐다.
김씨는 이 같은 방법으로 총 4회에 걸쳐 노인들에게 295만원을 받아 가로챈 것으로 드러났다.
재판부는 “김씨가 2009년에도 아들임을 사칭한 거짓 전화로 돈을 가로챘다. 처벌받은 전력이 있음에도 불구, 유사하면서도 더 죄질이 나쁜 범행을 저질렀다”며 “피해자들이 받았을 정신적 충격과 고통이 상당히 클 것으로 보인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할 때 원심의 형은 무겁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고령의 여성 피해자들에게 마치 아들인 것처럼 전화해 피해자들이 자신과 성관계를 맺고 돈을 건네야 아들에게 아무런 건강상 문제가 없을 것처럼 속이는 등 범행 방법이나 내용 등을 볼 때 죄질이 매우 불량하다”고 설명했다.
하태민기자 ham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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